[그 사람 그 후]진해 여좌천 재첩에 깜짝 놀랐던 주민들

지난해 7월이었다. 벚꽃으로 유명한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 난데없는 손님이 나타났다. 재첩이 대량 발견된 것이다. 여좌천에서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섬진강에서만 나는 줄 알았던 재첩을 눈앞에서 보게 된 일대 주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많은 주민이 재첩 채취에 나서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편으로는 '살림에 얼마나 보탬이 될 거라고 그렇게 담아가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갑자기 재첩이 발견된 이유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오갔는데, 인근 내수면양식연구센터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가 쏠렸다.

그로부터 9개월 지난 4월 하순. 섬진강에서는 4~6월 재첩 채취가 가장 활발하다. 그렇다면 진해 여좌천에서 다시 재첩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지난해 당시 창원시 여좌동장으로 있었던 창원시 공무원 황규종 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좌천 바닥은 시멘트입니다. 당시 천 주변에 유채꽃을 심어놓고 굵은 모래를 덮어 뒀는데, 그것이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깔려 있었죠. 비가 오면서 인근 내수면양식연구센터에 연구용으로 있던 재첩 종패가 흘러와서는 모래에서 자연스레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또 비가 오자 모래가 떠내려가면서 재첩도 얼마 못 가 사라졌습니다. 올해도 그런 환경이 맞아 떨어지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예측하기 어렵네요."

지난해 7월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재첩을 주워 담고 있는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DB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여좌천을 살펴보았다. 최근 비가 많이 왔기에 물이 세차게 흘러넘쳤다. 바닥과 주변에는 여전히 꽃단장 때 사용했던 모래가 많이 깔려 있었다. 흙 여기저기를 파보았지만 아쉽게도 재첩은 보이지 않았다.

내수면양식연구센터에 문의했다. 최혜승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첩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여좌천 수질이나 하천 유기물 같은 것이 재첩 서식환경과 맞는지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연구단계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일대 주민들로서는 관심있을 만한 소식이다.

여좌천 일대 주민들을 만나 재첩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한 주민은 지난해 재첩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기서 무슨 재첩이 나온단 말이오. 거짓말이라. 내가 여기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

또 다른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여좌천 밑에 쪽에서 사람들이 재첩 많이 잡고 그러데. 나는 뭐, 보기만 했지 잡아서 쓸데가 있나. 여기 살면서 재첩 나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 재첩은 원래 깨끗한 물에서만 살잖아요. 여좌천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말 아니겠소."

여좌천 모래를 파보았지만 올해는 재첩이 보이지 않았다. /남석형 기자

한 여성 주민은 비교적 큰 관심을 보였다.

"그때 나도 많이 주워담았지. 그런데 재미 삼아 한 거지, 꼭 그걸 먹으려고 한 거는 아니죠. 연구소에서 조사한다고요?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네. 그러면 여기 여좌천이 벚꽃뿐만 아니라 재첩 명소까지 되는 것이니, 반길 일이지."

'여좌천 재첩'이 일대 주민들에게 잠깐의 추억으로 남을지, 아니면 앞으로 함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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