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기 아까운 이 남자 하나 믿고" 연고도 없는 창원행 택한 서울 여자

창원에 사는 38살 동갑내기 김정세·김현정 부부는 2012년 11월 17일 결혼했다. 결혼 1주년 되던 때 정세 씨는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담아 경남도민일보에 보냈고, '함께 축하해주세요'에 게재됐다. 내용 속에는 '당신이 행여 깨질세라 내가 큰 장독 뚜껑 다루듯 한다는 거 알죠?' '그 빛나는 사람 옆에 있어 나도 빛나려고 합니다'와 같은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들이 있다. 아내 현정 씨도 이에 못지 않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남편은 우주 최강 미남'이라고 표현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둘은 2012년 3월 처음 만났다. 정세 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창원지역자활센터에서, 현정 씨는 서울에 있는 전국실업단체연대에서 일했다. 두 단체 간 연관이 있다 보니, 현정 씨가 지역순회활동으로 창원에 올 일이 있었다. "정세 씨가 창원지역자활센터 일에 대해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해 줬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좀 곤욕이었습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피곤한 상태였거든요."

첫 만남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한 달 후 이번에는 정세 씨가 서울로 발걸음 했다. 회의 후 현정 씨를 포함한 관계자들과의 저녁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정세 씨는 예정된 차 시간을 놓쳐버렸다. 이에 현정 씨가 새벽차 시간까지 함께 술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38살 동갑내기 김정세(오른쪽)·김현정 부부.

이때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대화가 통한다 싶었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눈과 앞으로 지향점에 대한 생각들이 잘 맞았다. 그것은 곧 사람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사실 그날 새벽차 시간을 위해 굳이 술자리에서 함께 시간 보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찜질방 같은 곳에서 정세 씨 혼자 시간 보내다 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미 둘 마음이 서로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둘은 창원-서울에 떨어져 있지만, 매일 전화 통화하며 마음을 확인했다. 처음 본 지 두 달 만에 연애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6개월 만에 결혼까지 이어졌다. 현정 씨는 당장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좋은 남자와 연애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났는데, 정세 씨는 처음부터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기는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며 말이죠. 제가 그리 수동적인 사람은 아닌데 결국 세뇌당한 셈이죠. 또 다른 이유는 서울-창원 간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은 서울에서 차를 직접 몰고 창원에 왔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더군요. 연애를 그만두든지, 결혼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연애를 그만두기엔 이 남자가 아까웠으니 당연히 결혼을 택했죠. 그렇게 김정세라는 한 사람만 믿고 연고가 전혀 없던 창원으로 오게 됐죠."

지금 둘은 '미남님' '예쁘니' 같은 닭살 돋는 호칭을 쓰기도 하지만, '옆지기'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동반자로서 서로 옆에서 격려하며 남은 인생 함께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2년 전 경남도민일보에 정세 씨가 마음을 전했기에 이번에는 현정 씨 마음을 옮겨본다.

"저희 신랑이 늘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희는 결혼기념일 때 여행을 갑니다. 지난 1년, 그리고 다음 1년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서로 늘 노력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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