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성완종 리스트 파문' 홍 지사의 운명은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했고, 검사 시절 경험을 백분 살려 ‘저격수’로 활동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온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 지사의 정치적 생명이 후배 검사의 손에 달리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홍 지사는 왜 자신이 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소나기가 오면 맞을 수밖에 없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씨가 홍 지사에게 그 1억 원을 그대로 전달했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드러난 건 성 씨의 녹취록 내용과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윤 씨(측근)의 발언, 그리고 홍 지사의 적극적인 해명이 전부다.

16일 전문이 공개된 성 씨의 녹취록에 홍 지사 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은 검찰에 대한 원망이 한 차례 표출된 직후다. “그리고 2000… 홍준표가 당 대표 나왔을 때, 경남지사 하는 홍준표 있잖아요.”, “응, 11년쯤 될 거예요. 내가 홍준표를 잘 알아요. 잘 아는데, 내가 얼마나.”, “5월, 6월쯤 되는데 내가 그 사람한테도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친구한테 내가 1억을, 내가 윤승모 있잖아요. 동아일보. 윤승모를 통해서. 윤승모가 그때 캠프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윤승모를 통해서 1억을 전달해줬고.”

성 씨 녹취록에 등장하는 윤 씨는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며, 홍 지사의 검찰 소환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홍 지사는 “수사 과정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초기 홍 지사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후 13일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고 이완구 총리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총리 사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다. 때를 같이해 16일 <조선일보>는 성 씨가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윤 씨에게 돈 1억 원을 생활자금 명목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홍 지사의 혐의없음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사건이 표면화된 초기에는 정치적 우군이 많지 않은 홍 지사가 검찰의 첫 표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했으나, 이 총리 사퇴 여부가 정치권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홍준표 1억 원 수수 의혹’은 한층 복잡한 진실게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처럼 ‘홍준표 1억 원 수수 의혹’의 검찰 수사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시시각각 수많은 예측이 난무했으며 팩트 정정이 이루어지곤 했다.

홍 지사가 16일 밝혔듯이 ‘청탁을 안 들어준 사람’인 자신의 이름을 성 씨가 메모에 남긴 것인지, 성 씨가 밝혔듯 ‘아무 조건 없이 했는데, 배신한’ 사람이 홍 지사인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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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1억 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하지만 분명한 건 무상급식 지원 중단, 골프 파문, 그리고 연이어 터진 1억 원 수수 의혹으로 홍 지사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홍 지사의 정치적 타격은 도내 새누리당 정치인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도내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말을 아끼면서 검찰의 수사와 당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속내가 편할 리 없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경남도와 협의해 마무리지어야 하는 지역구 현안 사업이 많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총선 정국에서 ‘부패 정당 심판론’이 대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은 “대놓고 말할 수 없지만 걱정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특검을 통해서라도 조기에 사건이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소속 경남도의원 역시 홍 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을 두고 겉으로는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야권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역구 한 도의원은 “홍 지사가 돈과 사생활 문제만큼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무엇도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관망 자세를 취했다.

반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옛 창원시(의창구·성산구), 김해시 도의원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학교 무상급식 중단으로 지역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홍 지사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새누리당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새누리당 소속 김해지역 한 도의원은 “학교 무상급식 중단으로 우리 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사건까지 터졌다. 중앙당과 청와대가 어느 수위에서 수습책을 마련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홍 지사 사태가 결코 만만찮고 이 상태가 몇 개월만 유지되면 학교 무상급식 중단과 연계돼 그 후폭풍이 내년 총선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그 생각에 미치면 정말 갑갑하다”고 우려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윤 씨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기자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검찰에서 열릴 윤 씨의 입이 홍 지사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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