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55)공주 마곡사

봄이 오면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이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봄에는 마곡사의 신록이 좋고, 가을에는 갑사의 단풍이 좋다는 말)'라는 말을 따라 지난해 가을 갑사를 찾으며 봄을 맞이할 마곡사가 궁금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생명을 품은 바람은 앙상했던 가지에 봉오리를 틔운다.

때가 왔다. 마곡사에도 한들한들 봄바람이 도착했을 것이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기슭에 자리한 마곡사. 큰 절은 아니지만 천년고찰이다.

산 속의 봄은 느긋하다. 뭘 그리 급하냐고 묻는 것 같다.

이미 꽃 비가 내렸고 이런저런 꽃축제의 절정을 맛봤음에도 봄의 자태는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614m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태화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 3년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명종 2년에 보조국사가 중건했다.

방문객이 마곡사의 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절 이름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유학할 때의 스승인 마곡 보철화상을 기려 이름을 땄다고도 하고, 보조국사가 고려 명종 2년 이 절을 재건할 때 구경오는 사람들로 골짜기가 꽉 찬 모습이 삼밭에 삼(麻)이 선 것과 같아서 붙었다고도 한다. 또 하나, 절이 세워지기 전에 마(麻)씨 성을 지닌 토족이 살았다는 말도 있다.

수려한 마곡사의 봄을 찾아온 객들로 경내에는 활기가 넘친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희지천을 따라 벚꽃과 진달래, 이름 모를 들꽃들이 그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

해탈문에 들어섰다. 좌우로 벌려 선 금강역사상과 문수·보현동자상이 맞아준다.

번뇌와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렀다.

희지천을 가로지르는 극락교를 건너면 마곡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 신록이 좋기로 소문난 공주 마곡사에서 방문객들이 연못에 비친 꽃모습에 흠뻑 취해 있다.

극락교를 지나 마곡사의 북원으로 향하면 오층석탑과 대광보전이 보인다.

대광보전 위에는 멀리에서 보면 지붕 하나가 불쑥 솟아 있다. 그곳에 시선을 두고 계단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대광보전에 좀 붙어 있다 싶게 좁은 자리에 2층 건물의 대웅보전이 있다.

안에는 가운데에 석가모니를, 서쪽으로 아미타여래를, 동쪽으로 약사여래를 모셨는데 그 안에는 손때 묻은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 있다.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라고 묻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많이 돌수록 극락길이 가깝고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기둥을 붙들고 돌았단다.

마곡사에 있는 거북이 조각상. 여기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과도 인연이 깊다. 동학 신도였던 김구는 대한제국 말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그러던 중 탈옥하고서 승려로 위장해 마곡사에 숨어 살았다.

마곡사는 김구 선생과의 인연을 기념해 사찰 앞마당 한쪽에 백범당을 조성했다.

백범의 친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2009년 10월 기증한 백범의 휘호가 걸려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이 즐겨 인용했던 휴정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다. 대광보전 앞에는 김구 선생이 1946년 마곡사를 다시 찾아 심은 향나무가 서 있다.

깊은 산 속에도 봄이 왔다. 꽃이 피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꽃을 피우기를.

◇솔바람길 = 마곡사를 둘러싼 태화산 주변에 개설된 '솔바람길'은 솔향의 그윽함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 △백범길(마곡사∼김구선생삭발터∼군왕대∼마곡사, 3㎞) △명상산책길(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 5㎞) △송림숲길(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 11㎞) 등 3개가 있는데, 서로 일부 겹치기도 한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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