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권유로 택한 안경사 5년 고생 끝에 진짜 내 길로…부산 광복동서 안경원 창업 경험 쌓아 경남 진출하고파

남들이 보기에 김광복(29) 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1개월 전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아프리카안경원 부산 광복점)를 하나 차렸고 벌이도 꽤 쏠쏠하다.

매일 아침 차로 40여 분을 달려 출근하지만 딱히 힘든 내색도 하지 않는다.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부산시 중구 광복동으로 나가는데 전쟁 같은 출·퇴근 시간도 곧잘 버텨낸다.

이런 광복 씨를 보며 누군가는 '그만큼 돈을 버니까 버티지'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광복 씨는 그것보단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제가 선택한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목표도 있고요."

광복 씨는 경력 5년 차의 안경사다. 정확한 눈의 도수 등을 확인하여 교정 도수를 결정하고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처방하는 사람이다. 직장과 학교 등을 중심으로 시력교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사회적으로 안경사 책임은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안경이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안경사를 찾는 목소리도 느는 추세다. 광복 씨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부산시 중구 광복동에서 안경원을 차린 젊은 안경사 김광복 씨는 언젠가 경남으로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시력적으로 불편한 이들에게 더 밝은 세상을 얻도록 해주는 게 바로 안경사죠. 보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없잖아요."

광복 씨가 처음부터 안경에 관심을 뒀던 건 아니다. 이 길로 접어든 데는 광복 씨 아버지 역할이 컸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딱히 공부를 잘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이래저래 시름만 쌓여가고 있을 때 아버지가 '안경광학과' 진학을 추천하셨어요. 안경 산업 미래가 썩 나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계셨나 봐요. 그렇게 부산정보대(현 부산과학기술대) 안경광학과에 입학했죠."

'적성에 맞지 않을 것이다'는 일부 우려와 달리 대학 시절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졸업이 다가올수록 다시 근심이 쌓여갔다.

"결정이 필요했죠. 더는 아버지에게 기댈 수만은 없었거든요."

그 길로 그는 졸업 전까지 줄곧 안경사 국가고시에 매달렸다. 더는 다른 누군가에게 인생을 맡기기 싫었다. 그리고 2011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초보 안경사에게 사회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험을 쌓고자 들어간 어느 안경점에서는 하루 12시간을 꼬박 서서 일했다.

"자격증 하나만 믿고 무작정 달려들었죠. 그래서일까,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슬럼프가 찾아오더라고요."

하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꼬박 2년. 굴절·양안시·비전 트레이닝 등 시력 검사 실력·훈련법은 늘어갔다. 길쭉한 얼굴엔 둥근 안경이, 둥근 얼굴엔 각진 안경이 잘 어울린다는 등 노하우도 생겼다. 쌓인 경력만큼 광복 씨를 찾는 곳도 늘었다. 그는 다시 국내 최대 안경 브랜드에서 1년, 국외 브랜드에서 8개월을 일했다.

"그러다 문득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좋겠더라고요. 안경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은 이상 두려울 건 없었죠. 욕심을 냈고 빚도 졌죠."

광복 씨는 '창업의 시작점'을 부산으로 잡았다. 대학생활과 첫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라 더 편했던 점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경남은 지역마다 이름난 안경원들이 자리를 다 잡고 있었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일수록 더 그렇고요. 부산 역시 안경원이 많이 있지만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아요. 특히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광복동은 '젊은이 공략'이라는 창업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졌죠. 게다가 제 이름이 광복이다 보니 광고 효과도 있을 거라 봤고요."

광복 씨는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안경 공부에 매진했다. 최근 안경 시장에서 '하우스 브랜드(명품 안경)'가 유행한다는 점을 알고 관련 상품을 더 많이 들여놨다.

학업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높은 학생에게는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검안을 시행하고 노안이 찾아온 중장년층에게는 다초점 렌즈와 기능성 렌즈를 추천하는 등 나이·성별에 따라 마케팅 방법도 달리했다.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인근 복지관과 연계해 안경 무료 제공·시력 검사 등을 분기마다 1회씩 실천하기로 했다.

"애초 무작정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로 창업을 한 건 아니에요. 저도 눈이 나빠서 안 보이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요."

그사이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언젠가는 경남 쪽으로 진출하고 싶어요. 더 뚜렷한 세상을 위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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