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내 아이 안전하나] (6)놀이공간 안전은

"나이트클럽이랑 똑같은 건데요? 춤도 추고 이성친구도 만나고…. 부킹해서 연결되면 종업원에게 팁도 줘요."

중학생인 김모(15) 군은 '청소년나이트클럽 무료입장권'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전단에는 나이트 시설, 대형 스크린, 노래방, 커피숍 등이 완비돼 있다며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텍'이라고 이름을 내건 이곳은 홍보 차원에서 청소년들에게 무료입장권을 뿌렸다. 김모 군은 "노래방, PC방은 흔하잖아요. 요즘 이곳이 대세예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신흥·변종 청소년 유해업소 등장 =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이 이용해본 업소(2012년 기준)는 노래방(90.9%)이었다.

그 다음은 PC방(85.8%), 전자오락실(60.0%), 만화방(29.9%) 순이었다. 멀티방과 룸카페 이용 경험률도 24.4%나 됐다.

청소년 탈선장소라는 지적을 받은 멀티방은 지난 2012년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됐다. 이후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멀티방과 유사한 룸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룸카페 내부 모습. /김민지 기자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룸카페에 가니 3.30㎡(1평)도 안 되는 밀폐된 방이 10개 넘게 늘어서 있었다. 내부에는 TV와 탁자가 있었고 바닥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커튼을 치면 방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된다. 4000~6000원만 내면 평일에는 무제한, 주말에는 2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밀실인 이곳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등 탈선장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는 모텔이 아닙니다. 과도한 애정행각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이를 말해준다.

◇경남권 학교 주변 유해시설 네 번째로 많아 = 학교 주변에서도 유해시설 상당수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각종 업소 현황 및 조치결과'에 따르면 경남은 학교 주변에 모두 2511곳의 유해업소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서울(8383곳), 경기(6697곳), 부산(3900곳)에 이어 전국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문제는 유해시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에 71.04%(1784곳)나 몰려있다는 것. 때문에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개선 조치도 미흡했다. 경남은 지난해 정화 요청 및 고발이 한 건도 없었으며, 자진폐업 등 조치 건수도 전혀 없었다. 2013년에는 정화 요청 8건과 자진폐업 8건이었다.

◇업주 대상 교육, 단속 철저히 해야 = 업주들은 법을 피해 청소년 유해시설을 운영한다. 룸카페나 청소년나이트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하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상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 단속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지자체에서는 형식적인 단속에서 벗어나 업주를 대상으로 교육과 처벌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중학교 교사는 "청소년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서울의 하자센터처럼 청소년 진로교육, 직업체험센터 등처럼 다양한 형태의 놀이공간이 생겨야 한다"고 조언했다.<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