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급식 폐지 반대하는 할매' 이말남 할머니 인터뷰

지난 9일 오전 '경남도의 의무급식 폐지에 반대하는 할매들'이라는 이름으로 고성·진주·창녕·함안에서 경남도청을 찾은 할머니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도지사를 향해 "손자들 밥그릇마저 빼앗는 도지사는 도민 목소리를 들으라"고 성토했다. 이날 '머리털 나고 처음 도청에 왔다'는 고성군 마암면 이말남(71) 할머니는 "자기가 내뱉은 말씀은 끝까지 지키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들 밥 굶겨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희망을 위해서 먹여야 하는 것 아입니까. 아이들 먹여서 어깨 힘을 실어야 뭐든 앞장을 설 것인데, 하는 짓이 너무 억울합니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수수 의혹을 받는 지금, 이말남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16일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할머니는 혹시 지난해 6월 4일 지방선거 때 홍준표 지사에게 투표하셨나요.

"내 지금까지 새누리당만 찍어왔습니더. 홍준표 지사도 당연히 찍었지예. 살기 좋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지예."

-그렇다면, 왜 무상급식 지원 중단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홍 지사를 규탄하셨나요.

"저는 사실 머리에 든 게 없습니더. 어려운 정치 얘기 잘 몰라예. 기자회견 때도 내가 뭔 말 했는지 기억도 못 합니더. 그래도 그날 기자회견에서 한마디 한 것은, 전국적으로 급식비 지원 안 한다하면 그러려니 할 건데 왜 하필 경남만 지원을 중단하느냐 이겁니더. 황당하지예. 배우고 안 배우고 떠나서 얼라들 밥 먹는 걸로 이러니 화가 안 납니꺼.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이는 건데 왜 하필 꼭 경남만 이러는 건지, 화가 나지예. 도지사란 사람이 '학교에 밥 먹으러 가느냐'(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학교에 가는 목적은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하는데 그기 말입니꺼. 자라나는 아이들은 밥을 잘 먹어야 나라를 이끌긴데. 밥을 먹어야 공부를 하지!"

-지금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할머니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TV 보니까 홍 지사가 1억 원 안 받았다 해샀데예? 만약 받았다면, 공직에 있는 사람이 돈을 받는다는 건 당연히 이해할 수 없지예. 작은 돈도 아이고, 세상에 그 큰돈을…건들건들하면서 돈 받아먹고 그라면 되긋으예? 사람이라면 마음을 바로 써야 합니더. 또 돈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지금 경남을 대표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우사(창피) 당하는 게 부끄럽고 한심합니더. 원래 가정도 부모가 흔들리면 모두 다 흔들리는 겁니더. 도를 대표하는 사람이 이렇게 흔들려서야 도민이 뭔 일을 하겠습니꺼. 이렇게 분한 마음 하소연할 데도 없고…홍 지사도 어렵게 자라서 성공한 사람 아입니꺼. 어렵게 성공했으면 잘해야지. TV 쳐다보고 있으면 경남도민이란 게 답답하고 억울합니더. 너무 답답해서 말할 것도 없습니더. 집 밖으로도 잘 안 나갑니더."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지를 철회한다는 뜻입니까?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앞으로는 나와도 안 찍을 겁니더. 또 찍어서 무슨 대우를 받을라고예. 아이들 밥이나 뺏겠지. 투표도 소용 없습니더. 사람 만들어 놨드만 돈 받았다고 의혹이나 불거져 나오고…이게 뭐 하는 짓입니꺼. 답답하고 황당해서 원. 안 찍을랍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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