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홍 지사 트위터 내용 살펴보니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지난 10일 저녁, 리스트에 언급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트위터(@JoonPyoHong)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준표 도지사는 2009년 10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고,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서는 비교적 트위터 소통을 잘하는 편이었다. 폴로어(글을 받아 보는 사람)가 4만 8500명에 달했으며, 홍 지사는 이 트위터에 680건의 트위트(글)를 썼다.

홍 지사는 트위터 계정 삭제 이유를 "2년 동안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트위터로 욕설이 와 삭제했다"고 했으나 홍 지사는 지난 2월 22일까지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글들은 모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발췌한 글들이었다.

지금 홍 지사의 트위터는 삭제됐기 때문에 원본 글은 볼 수 없다. 하지만 홍 지사는 트위터상에 논란이 되는 글을 많이 썼기 때문에 누리꾼들이 저장한 문서에서 쓴 글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연결 지을 만한 글은 없었다.

지난 13일 출근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청 현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슈에 민감했던 홍 지사 =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논란, 국정원 대선 개입 등 2010년 이래 이슈가 있을 때 홍 지사는 트위터로 자신의 견해를 자주 밝혔다. 2011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으로 칭한 것에 대해 "제가 아방궁이라고 한 이유는 그 집 주변 환경정비 비용으로 천 억 이상 국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방궁이라고 했습니다 확인해보시지요 그 보고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습니다"고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논란에 대해서는 2013년 8월 올린 글에서 "팔당 상수원에도 가뭄이 닥치면 경안천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로 녹조가 창궐합니다…지천으로 흘러드는 하수관거 정비에 집중해야 합니다"라며 녹조와 4대강 사업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트위터에서 홍 지사의 계정이 삭제됐다./트위터 캡처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2013년 8월 17일 올린 글에서 "댓글 몇 개가 110만 표를 좌우했겠는가. 유치한 댓글 몇 개로 시비를 자초한 국정원도 한심하지만 이를 이유로 장외로 나간 야당도 문제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와 검찰 내 분란에 대해서 여러 편의 글을 남겼다. "검찰은 서로 헐뜯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정치는 순간이고 법치는 영원하다.", "정치적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불편부당함이 생명이거늘 편향된 시각으로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검찰간부들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고 유감스럽다"고 했으며, 채동욱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글도 여러 편 올렸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 1월 13일에는 "사법시험의 계속을 주장하는 변협회장이 당선되어서 참 반갑습니다. 현대판 음서제도보다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이죠"라며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 당선을 반겼다.

'성완종 리스트' 공개 뒤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 것을 두고 지난 11일 홍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트위터를 한 지가 2년이 넘었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반대 세력에 반감 드러내 = 도지사 당선 이후 진주의료원 폐업 등으로 홍 지사는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그때마다 그는 반감을 드러내는 일도 잦았다. 진주의료원 국회 청문회가 결정된 후 2013년 7월 9일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 작년 도지사 경선 때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더니.일부 친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으며, 2011년 11월 26일에는 "나도 화나면 여러분들과 같이 욕도 하고 막말도 했음 참 좋겠다. 대표가 된 후 화가 나서 한 말, 농담으로 한 말은 거두절미하고 보도하니 막말이 되어 버리고 바른일 하고도 반대하시는 분들로부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받을 때는 참 어이가 없다"고 했다.

2011년 10월,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와 논쟁을 하다 "학생은 가르칠 생각은 하지 않고 하루종일 트윗이나 하면서 패륜적 발언이나 옹호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지성이라니 쯔쯔"라고 비난했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비판이 이어지자 "천성산 도롱뇽사건, 광우병 빙자 촛불사태, 평택 대추리 미군부대 반대 집회, 부안방폐장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등에서 갈등을 증폭시켜온 세력들이 뭉쳐 또다시 국가적 어젠다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라며 반대 세력의 활동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홍 지사가 지난 2013년 12월 19일 취임 1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글. 유명한 "개가 짖어도, 나는 내 길 간다"는 말이 들어 있다. /오마이뉴스

특히 도지사 당선 1주년인 2013년 12월 19일에는 "숨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구부러진 도정을 바로잡고 침체된 도정에 활기를 불어넣는 1년이었습니다. 성과도 많았고 반대편의 비난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길을 갑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며 반대 세력을 '개'에 비유해 큰 논란을 불러왔다. 논란이 커지자 홍 지사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트위터 대신 홍 지사의 '입'이 된 페이스북은 2012년 11월에 개설됐으며, 11월 7일 첫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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