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내 아이 안전하나] (5) 진화하는 학교폭력

15일 오전 창원 청소년미래교육 해밀(해밀학교)에서 만난 영호(가명·16) 군은 말수가 적었다. 영호는 중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잘나가던' 아이였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영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해밀학교에서 등·하교를 하고 있다. 해밀학교는 고등학교 과정 대안교육위탁기관이다. 이곳에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 학교 부적응학생 등 15명이 다니고 있다.

영호는 일반 학교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보다는 선생님이 싫어서"라고 했다. 영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의 편견어린 시선에서 상처를 입은 듯했다.

지난해까지 해밀학교에 다닌 진수(가명·17) 군도 "무엇보다 날 이상하게 보지 않는" 이곳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진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남겼다. '우리 부모는 왜 맨날 싸우지? 나 때문인가? 친구들 만나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 그래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기로 했지. 집에 안 가고, 싸움도 하고. 그러다 이곳에 와서 좋았어. 무엇보다 날 이상하게 보지 않아. 직업체험활동을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 자격증 하나로 뭘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난 다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올해 고3이 된 진수는 다시 일반 학교로 돌아가 여느 친구들처럼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해밀학교 전인숙 교장은 "처음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 위주로 상담해왔지만, 가해학생은 나름 낙인효과 때문에 갈 곳이 없다. 전학을 가려 해도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학업 중단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 '학교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공부가 적응이 안 돼서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힘들어서 일반 학교가 아닌 이곳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보통 교과과정 수업 일수를 줄이고, 심리·미술치료와 화해프로그램 등 대안교과 과정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다.

해밀학교에서만 연 평균 900~1000건의 상담을 받고 있다. 전 교장은 요즘 학교폭력의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장은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통계적으로는 발생 건수가 줄었지만,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신체 폭력보다는 사이버·언어폭력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폭력으로 말미암은 피해학생의 심리적 고통은 더 심각하다고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단체 카톡방(반톡)을 만들어 사이버 왕따를 만드는 '카톡 폭력'이 일상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자신이 따돌림 대상인 걸 뻔히 알 수 있어 '채팅방 나가기'를 하면 계속 초청해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식이다.

언어폭력도 욕설이나 신체 비하를 넘어 부모나 가족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등 잔인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언어폭력에서 시작해 스트레스를 받다가 앙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돌출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전 교장은 "예전에는 학교폭력 가해·피해학생이 뚜렷했는데 요즘은 경계가 모호하다"며 "가해학생 처벌 강화나 교내 감시체계 강화 등이 진화하는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심성을 일깨워주고 자신을 바로 알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 스스로 진로를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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