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내 아이 안전하나] (4) 등굣길·스쿨존 이대로 괜찮나

초등학생 채윤이(11)와 나윤이(12)는 아침이면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등교한다.

집에서 학교(마산 우방아파트~월성초등학교)까지 거리는 700여m. 이제 초등학교 4, 5학년인 두 아이에게 그리 먼 거리가 아닐 수 있다.

장군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넉넉잡아 15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어머니 수혜(42) 씨 마음속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애들 등굣길이 위험하다고 걸어서 학교 가기를 꺼려요. 마산시내가 특히 그렇잖아요. 차는 많은데 도로는 좁고, 좁은 도로에 차하고 사람이 같이 다니는데 차 두 대가 교행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이 위험하고…."

◇좁은 도로에 교행 잦고 인도 있지만 이용 안 해 = 얼마나 위험할까? 14일 오전 채윤이 나윤이와 도보로 등굣길을 따라가 봤다. 마산합포구청 앞 횡단보도를 지나 장군천길로 접어들자 도로 폭이 좁아진다. 왕복 2차로 도로 한쪽에는 인도가 있지만 다른 한쪽은 없다. 아이들은 등교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길을 건너 인도로 향하기보다 노란 안전선에 의지해 곧장 학교로 나아갔다. 모두 7개 도로가 합류하는 옛 장군동 아케이드 주변은 차량이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대부분 이면도로인 이곳은 곡예와 같은 교행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이내 좌회전하던 흰색 승용차가 두 아이가 걸어오는 모습을 뒤늦게 확인하고 흠칫 멈춘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불법 정차된 차량과 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옛 장군동 아케이드를 허문 자리는 생태하천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자재와 주변 시장 상인들이 도롯가에 내놓은 물건들로 주변이 어수선하다. 이 길로 또다시 차량 한 대가 내려오는데 건설 자재들을 피해 다니느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한다. 긴장한 아이들은 차량이 지날 때까지 잠시 자리에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시장 길을 지나니 하천 옆 공원길이 눈에 든다. 하지만 바쁜 아이들은 그 길로 지나지 않았다.

다시 왕복 2차로 도로를 지나 학교로 올라가는 길. 정문으로 향하는 들머리 길에는 불법 주차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차 한 대 지나기도 어려운 길. 이곳으로 차량은 교행을 하고, 아이들은 그 차를 피해 벽으로 벽으로 몸을 숨겼다. 덩치 큰 미니버스가 커브길을 오르자 바퀴가 쉬이 노란 안전선을 넘는다. SUV도 마찬가지다. 오전 8시 20분부터 8시 50분 사이. 이 길로 아이들을 태우고 온 학부모들 차량, 선생님 차량, 스쿨버스 등 어림잡아 20대 넘는 차량이 정문 앞을 오갔다.

◇'안전한 사회'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 지난해 마산YMCA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 구성한 소모임 '등대'가 조사한 바를 보면 마산지역 42개 학교 중 16개 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이 안전상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이보호구역답게 안전시설물이 잘 갖춰진 학교라 하더라도 대부분 정문 주위에만 해당해 아이들 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등굣길을 함께해 보니 이는 현실이었다. 반면 지난해 4월 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안전시설을 많이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학부모들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맞섰다. 학부모들은 부아가 치밀었지만 이 또한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총체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충분한 안전시설 같은 물리적인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됐다.

나윤이와 채윤이는 안전한 인도가 있음에도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사회는 안전을 무수히 강조했지만 아직 아이들 스스로 이를 체득하지 못한 듯했다. 어려서부터 안전교육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배려도 안전이다. 통학지도 선생님은 "내 아이만 생각해서 차에 태워 등교를 시키는데 그럼 걸어서 오는 아이들이 위험하다. 내 자녀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 친구들 학교 앞 안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걸어서 통학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국가 역할도 되새기게 된다.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안전의식 제고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