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재우고 나와 원고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앞에 앉은 지 1시간 정도 지나니 작은 애가 방에서 울기 시작한다. 다시 방에 들어가서 둘째를 재우고 조용히 다른 방으로 가서 다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좀 있다 방문을 열고 큰 애가 나오더니 엄마를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 어딨어? 들어와." "어 엄마 들어갈게." 그러고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같이 누워 큰 애를 다시 재운다. 밤에 애들을 재우고 일하기 위해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만 한다.

애 엄마는 집에서 일하기 참 힘들다. 집에 일을 가지고 안 오면 제일 좋은데 그게 쉽진 않다.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날이면 집안일과 육아를 다 마친 후에야 할 수 있다. 엄마들, 밖에서도 집에서도 참 힘들게 일한다.

맞벌이가 당연한 요즘이지만 아직도 집안일과 육아는 엄마들 몫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집에서 아이만 양육하고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엄마도 경쟁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야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현실이다 보니 엄마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 같은 게 항상 있다.

24시간 아이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집에 있는 엄마들과 달리 사랑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어른들에게 맡겼다면 주말에만 아이를 봐야 하는 현실에 죄책감까지 들기도 한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도리어 아이에게 미안하고 당당하지 못하다면 일하는 동안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할까. 그런데 문제는 엄마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이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미안해하면 할수록 아이는 엄마에게 더 매달리고 그러면 엄마는 더 미안하고. 이게 반복이다 보니 결국엔 자신의 미래를 아이를 위해 접고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 아이가 좀 큰 이후로 미루기도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엄마가 된 사이 경력단절이 생기게 되고, 나중엔 그 경력을 살리지도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이다.

일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똑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의 달라진 모습을 이해하고 적응한다. 출근 전, 퇴근 후 아이에게 사랑한다 항상 표현하고 안아주자. 그 잠깐 동안에도 아이는 충분히 느끼고 이해한다. 일하는 엄마는 죄인이 아니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똑같이 희생하고 있는 엄마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일하는 엄마는 더 이상 죄인처럼 미안해만 하지 말고, 처한 상황에서도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존중하자.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당당한 엄마를 보고 아이도 스스로를 존중하고 당당하게 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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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일하는 엄마들 모두 파이팅!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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