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내 아이 안전하나] (3) 아이들 유혹하는 불량식품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와 곧장 문구점으로 향한다.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즉 그린푸드존(Green Food Zone)에 있는 문구점에는 원산지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인 과자와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사탕을 산 이모(10) 양은 "이게 요즘 인기가 많아요. 가격도 200원밖에 안 해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는 친구는 "문구점에서 파는 과자는 싸서 좋아요"라고 했다.

어린이의 먹거리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옛 마산시를 중심으로 세 군데 그린푸드존 내 문구점 등을 둘러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껌, 형형색색의 타르색소가 포함된 저가의 식품, 출처를 알 수 없는 먼지가 쌓인 사탕 등 소위 말하는 '불량식품' 등이 가득했다. 식중독을 일으키고 비만율을 증가시키는 질 낮은 식품은 성장기 어린이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린푸드존 내 우수판매업소 12%에 불과 = 그린푸드존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됐다. 그린푸드존은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와 그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을 말한다. 이 구역에서는 불량식품 등 각종 유해식품 판매가 제한된다.

경남은 2014년 12월 기준으로 총 962개 학교 가운데 그린푸드존으로 지정된 학교는 955개다. 그린푸드존은 708개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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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이 창원의 한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군것짓거리를 사고 있다./김구연 기자

그린푸드존 내에서 영업 중인 어린이 기호식품(어린이들이 선호하거나 자주 먹는 음식물) 취급업소는 2204곳이며, 이 가운데 우수판매업소는 단 184개소(11.97%)에 불과하다.

우수판매업소는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우수판매업소는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우수판매업소 비율이 12%에 불과해 어린이가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 나머지 판매업소에 대해서 처벌할 근거가 없고 공급업자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적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매로 적발된 업소는 거의 없어 그린푸드존 단속이 겉핥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 각 시·군·구는 보통 한 달에 1~2번 담당 공무원과 전담 관리원이 점검을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단속건수는 2만 7317건. 이 가운데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로 적발된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우수판매업소 수, 식생활교육 늘려야 = 그린푸드존이 활성화되려면 우수판매업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판매업자들은 우수판매업소 등록을 꺼린다.

한 문구점 주인은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되면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팔 수가 없다. 지원도 적은 데다 단속까지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누가 우수판매업소로 등록하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실제로 한 판매업자는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됐다가 매출에 타격을 입자 중도에 포기했다.

우수판매업소로 지정을 받으려면 업소의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청을 해야 하며, 지정되면 판매시설의 개·보수를 위한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남도는 총 18개 시·군 가운데 단 6개 시군이 우수판매업소에 쓰레기봉투 지원 등 인센티브(2014년 상반기 기준 1500만 원)를 제공했다.

이 밖에 식품의약안전처 등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 공급업자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거나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교육을 늘리는 것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혜연 한살림경남 식생활위원회위원장은 "법적으로 식생활 교육의 시수가 정해져 있지만 페이퍼 교육 등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육하고, 부모는 엄마표 간식을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당국은 불량식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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