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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낭만정육점 김동규 사장

제대 후 시작한 사회생활서 우여곡절 겪으며 방황…정육점일 접고 간 유럽여행, 건강한 육식 보게 돼

김해수 기자 hskim@idomin.com 2015년 04월 13일 월요일

창원시 의창구에서 마산회원구쪽으로 팔용로를 따라 율림교로로 접어들면 '카페인 듯 카페 아닌 카페 같은' 정육점이 있다. 무심코 지나가면 정육점을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낭만정육점'은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숙성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정육점이다.

깔끔한 외관과 어울리게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는 주 타깃인 주부들을 공략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소품에 관심을 보이자 김동규(38) 사장은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손님들이 인테리어 소품을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좋았던 동규 씨는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마산합포구에 NHK라는 나이트클럽이 있었는데 2년 동안 주임을 했어요. 2프로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꽤 실력을 인정받았죠."

또래에 비해 큰돈을 벌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동규 씨는 나이트클럽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노래방을 열었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한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빌린 돈도 있어 빨리 재기를 하고 싶었던 동규 씨는 다단계 회사에 발을 들였다. 가족, 주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며 3개월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것은 불신뿐이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낭만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동규 사장. /김해수 기자

방황의 시작이었다. 돈과 주변 신뢰를 잃자 마음에 병이 찾아왔다.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는 6개월 동안 집과 게임방만 오가며 방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자신이 못마땅하고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자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던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는 마산에 있는 것 자체가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죠. 그 친구 매형에게 새김 기술을 배웠습니다."

지역에 따라 새김 또는 사바끼 등으로 불리는 발골은 칼끝으로 육류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3개월 정도 피신하며 생활비라도 벌어볼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현재 정육점과 연이 닿게 된 계기가 됐다.

타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상한 동규 씨는 수원으로 간 지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산에서 정육점, 식당 등을 전전하며 정형사로 일을 했지만 한 분야에서 10년가량 일을 하다 보니 몰려오는 무료함에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떠났다. 14박 16일 여행에서도 칼잡이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정육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과 달리 유럽 정육점에서는 다양한 부위 육류를 소비자들이 눈으로 보고 사갈 수 있도록 진열해두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갈변현상 때문에 쇼케이스가 있더라도 비워두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정육점에서 어떤 고기를 파는지 알아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매번 먹는 부위만 먹을 수밖에 없거든요. 또 유럽은 등급 개념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마블링이 적은 고기를 선호했습니다. 말 그대로 건강한 육식을 하는 것이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2년 동안 다른 사업을 하다 실패를 겪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해 정육점을 창업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기에 더욱 신중하게 움직였다. 창업 전 6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감성정육점, 착한정육점 등 장사가 잘되는 곳을 찾아 고기 맛을 공부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오랜 정육점 경험으로 숙성고기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고기에 따라 다른 적정 숙성온도와 기간, 습도 등을 찾아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연구하는 자세로 익히며 가게 오픈을 준비했다.

낭만정육점은 개업한 지 6개월도 채 안 됐지만 소비자 반응은 좋은 편이다.

"저지방은 트렌드입니다. 질긴 저지방 고기를 부드럽게 먹는 방법은 숙성밖에 없고요. 기존 정육점을 하는 분들은 2등급 고기로 뭘 하겠느냐고 하지만 우리 고객들은 몇 등급 고기냐, 언제 들여온 고기냐고 묻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 숙성고기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고 서로 간 합의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우리 가게에서는 마블링이 많은 고기는 오히려 잘 팔리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낭만정육점에서 산 고기로 행복한 식탁을 만들면 좋겠다는 동규 씨.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고기를 싸게 팔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무조건 싼 고기가 아니라 같은 고기라도 더 맛있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돈을 받고 파는 음식인데 정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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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수 기자
  • 경제부에서 경남지역 상장사, 공기업, 대학창업, 여성경제, 유통, 소비자, 마이스/관광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연락처 : 010-8560-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