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한국화된 멕시코 음식을 맛보다  

서울, 부산을 중심으로 멕시코 음식점이 속속 생겨나고, 도내에도 멕시코 음식점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대학가에는 프랜차이즈 멕시코 음식점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닭집이냐는 문의 전화를 종종 받는 멕시코 음식점을 찾았다.

정순국(31) 대표가 운영하는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의 '엘로꼬(El Loco)'다. 미국 텍사스에서 요리 공부를 한 정 대표가 창원에 멕시코 음식점을 내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엘로꼬에 들어서면 간판에도, 유니폼에도 새 그림이 눈에 띈다. 새는 멕시코의 아즈텍을 형상화한 것이다. 멕시코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엘로꼬는 처음에는 경남대 앞에 지난 2013년 12월 31일 문을 열었다가 지난해 7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도, 베트남 음식점 등이 인근에 있어서 다양한 외국 음식과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엘로꼬를 찾는 이들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가게를 방문했을 때도 가장 먼저 마주친 손님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초기에는 7:3이었다가, 요즘은 5:5 정도로 한국인 비율이 늘고 있다. 외국인 강사, 공장 엔지니어 등의 단골손님이 많다.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 등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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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칠라다, 퀘사디아, 파히타 플레이트, 쉬림프 타코./김구연 기자

왜 멕시코 음식점일까. 멕시코 음식은 특유의 향이 있다. 콩, 옥수수가 기본인 멕시코 음식은 고수와 라임이 음식 향을 두드러지게 한다. 정 대표는 "음식도 트렌드가 있다. 예전에는 미국 음식이 인기를 얻었다가 다시 유럽 음식이 유행했다. 이제는 남미 음식 쪽으로 새로운 음식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미국에서 요리 공부를 했다. 댈러스 커뮤니티 컬리지 엘센트로(El centro College)에서 외식 조리, 휴스턴 대학교에서 호텔·레스토랑 경영 수업을 받고 졸업했다. 텍사스 쪽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레 텍스-멕스(Tex-Mex) 요리를 접했고, 고향에서 이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했다. 텍스-멕스는 텍사스와 멕시코를 결합한 단어다. 위키백과 사전에는 미국 남부지방에서 유행하는 요리로, 멕시코 이민자들이 처음 시작해 유행시켰다고 설명돼 있다. 멕시코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아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 인기가 많고, 토르티야(tortilla)에 녹인 치즈, 고기, 강낭콩, 향신료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으로 나와 있다.

텍사스에서 요리를 배우던 그는 처음에는 음식점을 낼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차츰 미국에서 지내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한국에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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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히타 플레이트./김구연 기자

도대체 어떤 맛일까. 맛을 보려고 메뉴판을 찾았다. 아직은 낯선 멕시코 음식인 만큼 메뉴판을 펼쳤을 때 난감하다. 대표 메뉴가 타코(TACOS), 퀘사디야(QUESDILLA), 부리또(BURRITO), 엔칠라다(ENCHILADA), 파히타 플레이트(FAJITA PLATE)라고 적혀 있다. 같은 듯 다른 요리다. 요리 재료는 비슷하다. 고기 등의 주 재료는 대부분 선택할 수 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메뉴 대부분 이름은 낯설지만, 맛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타코는 야채, 치즈, 라임에 치킨, 새우 등의 재료를 선택해 넣어서 밀 토르티야로 싸서 먹는 음식이다. 토르티야 위에 싸서 먹는 재료들이 가득 올려져 나온다.

퀘사디야는 치즈, 야채, 고기 등을 토르티야로 싸서 바싹 익힌 것으로, 피자처럼 보인다. 멕시코 음식을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다.

부리또는 밥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밥에 양파, 치즈, 생토마토,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토마토, 양파, 고추, 살사 소스 등으로 만든 것)를 토르티야로 싸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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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칠라다./김구연 기자

엔칠라다는 옥수수 토르티야에 닭, 돼지, 소고기 등을 선택해서 토르티아를 기름에 살짝 데워서 김말이처럼 만 것이다. 칠리 토마토 소스를 뿌려서 향이 강하다. 곁들여 나오는 핀토빈(얼룩강낭콩)은 호불호가 크게 엇갈린다. 핀토빈 요리는 핀토빈을 닭 육수에 양파, 마늘, 후추를 넣고 끓여서 간 것이다.

파히타 플레이트는 소고기, 닭고기, 야채가 주물판에 나오고, 과까몰레(guacamole·아보카도, 토마토, 양파, 고수, 라임 주스 등이 든 소스), 핀토빈, 피코 데 가요, 사우어크림, 멕시칸 라이스, 살사, 치즈가 따로 나온다. 토르티야도 따로 제공된다. 토르티야에 재료를 선택해서 싸서 먹으면 된다.

타코, 퀘사디아, 부리또가 잘 나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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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히타 플레이트 소스./김구연 기자

음식과 함께 멕시코 술도 한잔 곁들일 수 있다. 데킬라를 베이스로 한 마가리타(Margarita)가 바로 그것. 마가리타는 데킬라에 라임주스를 더한 것이다. 남미 음식에는 곳곳에 라임이 들어간다. 딸기 마가리타를 맛보니, 보기에는 스무디처럼 음료 같지만 약한 술이 아니다. 소주만큼 독하다.

정 대표는 "엘로꼬는 '미친 사람'(the crazy man)이라는 스페인어다. 멕시코 친구가 가게를 연다고 하니 재밌게 지어줬다. (웃음). 엘로꼬는 저녁에 와서 앉아서 밥도 먹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크게 비싸지 않게 멕시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요즘 한국식 멕시코 음식이 많은데, 여기는 덜 한국화 된 멕시코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샐러드, 디저트 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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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꼬 내부 모습./김구연 기자

 

<메뉴와 위치>

◇메뉴 △치킨 타코 2500원 △그릴 치킨 퀘사디야 8000원 △비프 부리또 6000원 △포크 엔칠라다 5500원.

◇위치 : 창원시 성산구 성원오피스텔 3층 309호.

◇전화 : 055-24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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