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5) 진주 금호지

유행가는 '봄 사랑 벚꽃 말고'라고 말하지만 봄날 사랑 말고 벚꽃 말고 무엇을 노래할까.

4월 초반 내내 우중충했던 하늘 탓에 벚꽃이 행여 떨어질까 싶어 길을 나섰다. 진해군항제, 하동 십리벚꽃길, 사천 선진리성처럼 도내 대표 벚꽃 축제장을 찾을까 하다 그만두었다.

사실 어딜 가나 벚꽃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도로변에도, 대학가에도, 저 멀리 산 중턱에도.

가까이 어디든 좋다. 우산을 챙겨 '진주 금호지'로 갔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었다.

금호지는 진주 금산면 용아리에 있는 못이다. 둘레가 5㎞, 최고 수심 12m, 평균 2.5m의 수심으로 꽤 큰 저수지다.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중 개양에서 가는 길을 추천한다. 국도 양옆으로 벚나무가 끊임없이 심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주공군교육사령부 방향으로 청곡사 가는 길은 벚꽃터널이 어림잡아 5리 이상 나있다. 용심마을 주변이 절정이다.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벚꽃비를 보느라 급히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진주 금호지. 수양벚나무가 눈을 사로잡는다.

금호지는 금산면 시내와 가깝다. 금산면사무소가 근처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월아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와 국사방 둘레길 코스를 만나는 길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반은 도심을 걷고 반은 숲을 거니는 것 같다. 산 속에 숨어 고요한 자태를 뽐내는 마산 봉암수원지 같기도, 상업지 한가운데에서 휴식처를 내주는 창원 용지호수 같기도 하다.

금호지 주차장에서 숲속쉼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계 방향이다.

진해에 만발한 왕벚나무와 달리 수양벚나무를 볼 수 있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에 꽃이 달렸다. 못에 비치는 벚꽃은 색다르다.

못 건너 맞은편도 분홍빛에 눈이 시리다. 금호지는 굴곡이 많아 한눈에 못 전체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걷다 길을 멈추고 맞은편 벚나무를 바라봤다. 몇 번씩이나.

낚시꾼도 눈에 띈다. 못 속에는 잉어와 붕어, 메기가 많아 인기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금호지 벚나무 아래 낚시꾼. /이미지 기자

덱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울창한 숲이다. 중간 지점에 체육공원과 등산 진입로가 있다. 걸을수록 송림과 가까워진다. 아카시아향을 맡기도 했다. 못으로 가지를 뻗는 수양벚나무 밑, 바람 따라 벚꽃길이 만들어져 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둡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더니 못 위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잠시 후 앞뒤로 우산 행렬이다. 흙길이 아니라 걷기 수월했지만 아쉽기도 하다.

차량이 다니는 길을 지나 계속 걸으면 조그마한 다리가 나온다. 왼쪽에는 소공원이, 오른쪽에는 수양벚나무뿐이다. 도로와 가까워지면 일반 벚나무가 덱 위로 그늘을 만든다.

신라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금호지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고 진주시의 걷고 싶은 길 10선 중 제7로에 이름을 올렸다.

오래된 만큼 전해지는 전설과 이야기가 많다. 대표적인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황룡과 청룡이 하늘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어요. 이를 본 어느 용사가 싸움을 멈추라고 소리치자 청룡이 놀라 아래를 보는 순간 황룡이 청룡의 목을 비수로 찔렀답니다. 이때 청룡이 땅에 떨어지면서 꼬리로 친 것이 금호지예요."

이야기는 월아산과 청곡사 전설로 이어진다.

벚꽃은 곧 진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펴 온 산을 물들이다 아마도 내일이면 푸른 잎만 남길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사랑과 벚꽃만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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