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내 아이 안전하나] (1) 등굣길 사고 마을버스

창원 경상고 2학년 김호영(가명) 군에게 그날 사고의 여파는 컸다.

의창구 동읍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 4일간 입원했다. 허리에 통증이 있어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다. 퇴원 이후에도 사고 생각이 나 일주일 정도 25인승 미니버스인 7번 마을버스 타기가 무서웠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사고는 지난달 5일 오전 7시 30분께 발생했다. 의창구 동읍 국도 14호선 용강고개 방면으로 앞서 달리던 덤프트럭이 소목마을 교차로 직전에서 무리하게 우회전을 하려 했다. 회전각이 컸고, 회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자 바로 뒤 2차로에서 달리던 마을버스가 트럭을 앞질렀다. 그 순간 트럭 앞범퍼가 버스 뒷부분에 부딪혔다. 마을버스는 그 충격으로 도로 옆으로 넘어졌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7명 모두 부상을 입었다. 등굣길에 나선 고등학생이 27명이었다. 충격 강도와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 데도 마을버스는 엎어졌다.

"한순간에 넘어졌어요. 사람도 정말 많고 그 시간대에는 더는 겁이 나서 차를 못 타겠데요. 그래서 지금은 20분 일찍 집에서 나옵니더."

사고 당시 최 군이 동읍 자여마을 송정주공아파트 정류소에서 버스에 탄 시각이 7시 15분께. 지금은 타는 사람이 적은 6시 55분께 차를 탄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일대에서 시내 방향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학생들을 가득 태운 채 달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버스가 커졌으면 좋겠습니더. 사람도 많이 타고 너무 위험하거든예. 아니면 등교시간이라도 5분에 한 대씩 버스가 있든지예."

지난 6일 오전 7시 15분에 기자가 송정주공 정류소에서 7번 버스에 탔다. 여기서 모두 8명이 탔다. 다음 성진1차아파트와 3차에서 3명이 탔고, 성진5차에서 모두 12명이 탔다. 자여마을 입구에서 5명이 더 타면서 승객은 30명 가까이 됐다. 바로 옆 학생이 "다음 차는 더 비잡다"고 했다.

동읍 자여마을이나 주남저수지 쪽 방향에도 일반 시내버스가 다닌다. 하지만 1시간 넘는 배차간격 때문에 이곳 중·고교생들은 대부분 마을버스를 탄다.

동읍 창덕중 3학년인 최현식(가명) 군도 할 말이 많다. 7시 40분부터 8시 10분 사이에는 승객이 40명 넘는다는 것이다.

"7시 40분 정도에 송정주공아파트 앞에서 타거든요. 거기서도 다 못 앉아요. 다음 정류소(성진1차)만 가면 꽉 차요. 기사 아저씨는 뒤로 가라고 고함 치지만 뒤에도 똑같아요. 심지어 뒷문으로 타라고 하기도 해요. 그러다 뒷문에 가방이 끼기도 했어요."

"자여사거리에 나오면 정말 위험해요. 어떨 땐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좌회전하거든예. (진영 쪽으로)우회전 했다가 중앙선 넘기도(유턴) 하고.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최 군 말대로 6일 오전 7시 42분에 송정주공에서 다시 7번 버스에 탔다. 모두 18~20명이 탔다. 성진1차에서 15명 이상이, 성진3차에서 4~5명이 탔다. 40여 명으로 차는 꽉 찼다. 성진5차·용정·자여민원센터·자여마을 입구 정류소는 그냥 통과했다. 정류소 아이들이 발을 굴렀다.

종점인 창원역에 이르러 운전기사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

"아까 못 탄 아이들예? 금방(6분 뒤) 차가 와요. (개인회사인 창원마을버스 소속)마을버스가 모두 15대지예(1번 6대, 2번 1대, 7번 6대, 8번 2대)."

"큰 버스로 바꿔요? 안되지예. 손님도 없는데. 창원시 (외곽노선)지원도 1·2번밖엔 안돼요. 5분 만에 한 대요? 지금도 등교시간(7~8시)엔 7번을 한 대 더 붙여요. 6분에 한 대지예(평소엔 8분)."

"제가 4년 몰았는데 (한 달 전)그런 사고는 없었어예. 너무 걱정하지 마이소. (자여사거리 신호위반에 대해)예. 급할 땐 그라지예. 할 수 없이…."

트럭이 쌩하고 지나가면 흔들리는 미니버스에 40명 넘는 아이들이 콩나물처럼 실려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들이라면 어찌 걱정하지 않을까? 더구나 사고가 난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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