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책임지는 사회] 내 아이 안전하나…학생 안전사고 여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일상적인 인사말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아이가 집을 나서는 순간 부모의 걱정은 시작된다. 등굣길에 교통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거나 학교폭력을 당하지는 않을까, 학교 주위에서 불량식품을 사먹지 않을까, 친구들과 PC방이나 노래방에서 논다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별일 없겠지, 늦은 시간 학원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모의 걱정은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월호는 여전히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즈음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안전한지 6회에 걸쳐 짚어본다.

9일 오후 도내 초·중·고등학교장 1000여 명이 KBS창원홀에 모였다. 경남교육계 현안인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관련해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일선 학교장들이 소통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지만, 중요한 현안이 또 하나 있었다. 학생 안전관리 문제다. 도교육청은 올해 주요 정책 방향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 이날 학교장들은 수학여행·수련회 유의사항, 학교폭력, 자살 예방 등 학생 안전관리 대책을 협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6월 말 '안전하고 교육적인 수학여행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수학여행 폐지가 대안이 아니라는 각계 요구와 의견을 반영해 소규모 테마형(100명 미만)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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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관련해선 새 학기에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강조했다.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은폐하거나 매뉴얼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례도 지적했다. 지난 연말 창원시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학교 관계자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벌인다.

학기 초 새로운 교육환경과 교우관계 적응 등 학교폭력이나 자살 발생률이 높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에서 자살위기관리위원회 구성 등 자살 예방 대책도 추진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당선된 박 교육감은 '학생 안전'을 직접 챙기겠다며 지난달 조직 개편에서 '안전총괄담당'을 교육감 직속 기구로 설치해 홍보안전담당관실로 배치했다. 여러 부서에서 수행하는 안전 관련 업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신설해 각종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대응 체제를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달 창원 동읍에서 발생한 등굣길 교통사고에서 안전 보고 체계 허점이 드러났고, 특별조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문책했지만 조직 개편 등 후속 조치는 더디다. 

◇세월호 1년, 여전히 '불안한 학교' =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당국이 각종 안전 정책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학교 안전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새누리당 강은희 국회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학교 안전사고는 모두 6942건이었다. 2013년 6736건, 2012년 6880건보다 늘었다.

학교별로는 중학교가 2225건으로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했다. 이어 고등학교 2096건, 초등학교 2086건, 유치원 507건 순이었다.

시간별로는 체육수업 2065건, 점심시간 1383건, 휴식·청소시간 1156건 순이었다. 장소별로는 운동장이 2935건, 부속시설 1561건, 교실 1058건, 통로 1023건, 교외활동 356건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은 사물을 다루다 상처를 입는 '물리적 힘 노출'이 2648건으로 가장 많았고, 넘어지는 사고 1879건, 다른 사람과 충돌한 사고 90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학교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11만 6527건으로 전년도 10만 5088건보다 10.9%, 2012년 10만 365건보다 16.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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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은 "정부의 학교 안전사고 예방 강화 대책에도 오히려 사고건수는 증가했다"며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학교 측의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홍보안전담당관실 관계자도 "학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예전 같았으면 보고하지 않았을 자잘한 사고도 신고하니까 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면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학내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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