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오카 탐방기] (3) 황새생태관광 성공 가능성

◇매년 500만 명 이상 찾는 도요오카 = 도요오카시는 이미 해마다 5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드는 꽤 이름난 관광도시다. 으뜸 자리에는 일본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기노사키(城岐)온천이 있다. 기노사키온천은 헤이안(平安)시대(794~1185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오랜 온천이다.

조메이(舒明) 천황 시절(629~641) 기노사키 온천 자리는 논이었다. 어느 날 황새가 소나무와 논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농부가 보게 됐다. 다리를 다친 황새가 논에서 솟아나는 따뜻한 물에 다리를 대고 있었던 것인데 며칠 뒤 황새 다리가 말끔히 나았다. 이 따뜻한 물이 영험한 줄 알게 된 농부는 온천수가 나오는 옆에 작은 집을 짓고 틈날 때마다 목욕을 했다.

기노사키는 소토유메구리(外湯めぐり)로 유명하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갖춘 노천탕 일곱 군데를 돌아다니며 즐기는 온천욕이다. 그 일곱 가운데 하나가 '고노유(鴻の湯)'다. '황새의 온천'이라는 뜻인 고노유는 기노사키 온천의 유래 전설에서 황새가 다리를 치료했던 바로 그 장소다.

일행은 황새 관련 습지 말고 기노사키온천도 이튿날 탐방했다. 평일인 금요일 낮 시간인 데도 일행이 찾은 노천탕은 너무 붐비는 바람에 잠깐 동안이지만 손님을 더이상 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일본 최고 수준답게 수질도 좋았고 온도도 적당했다.

황새고향공원 사육시설을 살펴보는 모습.

옛날 가옥이 옛 모습 그대로 늘어서 있는 길거리 또한 일본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손색이 없었다. 거리 한가운데로 개울이 나 있었고, 그 위를 다시 벚나무가 덮어쓰고 있었다. 봄철이 되면 벚꽃 또한 대단한 볼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거리에는 유카타(浴衣)를 입고 게다를 신은 사람들이 둘씩 셋씩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황새의 온천 '고노유'는 정원노천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원 속 작은 연못에서 온천을 즐기는 느낌을 주며 가장 깊숙한 데 자리잡고 있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그대로 들어오는(그러나 매우 붐비는) '고쇼노유(御所の湯)', 동굴 속에서 즐기는 '이치노유(一の湯)', 분위기가 차분하고 따뜻한 '야나기유(柳湯)' 등도 있다.

이번에는 기노사키온천만 둘러봤지만 도요오카시에는 이 밖에도 대단한 관광자원들이 꽤 있다. 먼저 겐부도(玄武洞). 16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주상절리다. 에도(江戶)시대부터 채석장으로 쓰여오다가 그 지질학적 가치와 절리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등으로 193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굴이 다섯인데 규모가 상당히 크다.

이즈시성(出石城) 유적도 있다. 신코로(辰鼓樓)는 1871년 북을 매달아 한 시간마다 울리는 누각으로 지어졌는데 1881년부터 시계가 북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 사료관(史料館) 건물은 실을 사고파는 호상(豪商)이 1876년 이즈시를 불태운 대화재 직후 세웠는데 꽤 큼직한 일본 전통가옥이다. 1901년 지어진 극장 이즈시에라쿠칸(永樂館)은 지금도 가부키 같은 전통극을 공연한다. 독특한 적갈색 흙벽과 크고 넓은 지붕이 인상적인데, 공연이 없을 때는 배우 대신 무대에 올라가 볼 수도 있고 무대 장치를 살펴볼 수도 있다.

이즈시의 또 다른 명물은 사라소바. 작은 접시(皿)에 소바를 조금씩 나눠 담아 먹어서 사라소바(皿そば)라 한다. 다섯 접시가 기본이고 추가 주문도 가능하다. 마지막 날 점심을 여기서 먹었는데 열 접시가 준비돼 있었다. 양이 모자랄 것 같았지만 탱글탱글한 면을 이리 적셔 먹고 저리 비벼 먹고 하니 적당하다 싶었다.

다지마규(坦馬牛)도 도요오카 특산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횡성한우처럼 도요오카 토착 소고기 브랜드로 일본에서 무척 유명하다. 일행은 이튿날 호텔에서 뷔페로 다지마규를 비롯해 도요오카에서 생산되는 가축과 채소·쌀로 만든 저녁을 먹었다.

도요오카시는 가방 산지로도 이름이 높다. 버드나무 껍질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엮어 만드는 가방은 아베 신조 수상의 아내 아베 아키에가 들어 관심을 크게 끌기도 했다. 베로 만든 가방, 소가죽으로 만든 가방 등도 있고 가방이 아닌 생활소품도 크게 명성을 얻고 있다. 도요오카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가방관에서는 쇼핑도 할 수 있고 전통공예사의 가방 제작 실연도 볼 수 있고 가방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또 자판기 천국답게, 자판기를 통해 가방을 살 수도 있다.

◇전통 관광자원에 황새생태관광을 더하다 = 이처럼 도요오카시의 황새 관련 습지와 시설물, 도요오카 고유 관광자원, 먹을거리와 가방 등 특산물을 모아 놓고 도요오카시에서 가능한 황새생태관광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다. 더구나 이 황새생태관광은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 거리와 한국 사람의 특징이다. 일본에서 일본 사람이 도요오카를 찾아간다면 예사롭게 마음먹어도 되겠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도요오카까지 찾아간다면 경남에서 전라도 구경가듯이 나서기는 어렵다. 무엇이 됐든 뚜렷한 동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도요오카에서 눈에 담은 황새 관련 습지와 시설물은 그 경관이나 자연 상태가 사람들 눈길을 확 끌어당길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주된 일정은 전통 관광자원으로 채우고 부수적으로 황새생태관광을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일 것 같았다. 2박3일 정도로 생각한다면 기노사키온천이나 이즈시성 유적, 센부도 주상절리 등이 이국적이고 괜찮을 것 같다. 도요오카 특산물 가방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가방관도 괜찮겠지 싶다. 특히 가방 만드는 공정을 일정 부분 체험도 할 수 있다니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체질에 잘 맞을 듯도 하다.

그런 다음 황새생태관광 자원으로는 도요오카시가 효고현과 더불어 50년 넘게 인공 사육·번식을 위해 피땀을 흘려온 황새고향공원이 들어가야 하겠고, 다음으로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해설도 하고 안내를 하는 다이습지를 덧붙이면 괜찮겠다. 한국 사람들은 또 무슨무슨 둘레길 이러면 좋아하니까, 다이습지를 그렇게 산책하도록 길을 다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중고생 수학여행을 두고 본다면 도요오카에서 3박 4일 정도 일정은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국경을 처음 넘어서 우리나라 봉하마을을 찾아온 '봉순이'가 태어난 둥지가 있는 일대 들판을 둘러볼 수 있을 테고, 그러면서 거기 논에 사는 5668가지 다양한 생물들을 잠깐이나마 조사해보는 활동도 할 수 있겠다. 무농약·저농약으로 농지가 먼저 살아나고 벌레가 살 수 있어야 사람도 황새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터. 황새고향공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하치고로 도시마습지나 다이습지는 그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자기 몸을 움직여서 습지에 사는 생물을 조사하거나 물길을 내고 습지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그 같은 습지들에서 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처럼 200명 300명 대규모로 진행하기보다는 30명 안팎의 작은 규모로 움직여야지 재미가 쏠쏠하겠다. 기노사키온천·겐부도·이즈시성 유적 등도 함께 둘러볼 역사·문화유적이다.

하치고로 도시마습지 건물에서 습지 바닥을 긁어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국으로 온 봉순이 '스토리텔링'으로도 가능 = 한 가지 더 말한다면 '스토리텔링'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에서 황새는 '스토리텔링'이 되는 새다. 일본에서 60년 넘게 이어온 황새 보호와 보전·복원을 위한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스토리텔링 감이다. 이에 더해 봉순이와 제동이가 한국과 일본 사이 국경을 넘었다. 이런 소재를 갖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황새가 스토리텔링에 성공하면 도요오카시 생태관광은 절로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도요오카시는 황새 관련이라면 무엇이든 황새공생부에서 주관을 했다. 이번 황새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한국 인사 초청·탐방도 황새공생부에서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잘해야 기획실에서 하거나 대부분은 문화관광청에서 했을 것이다. 작은 차이가 아니다. 황새공생부를 둔다는 것은 황새와 인간의 공생을 위해 분야도 여럿이고 성격도 다르지만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우리나라도 환경생태 관련 사업이 이 같은 식으로 진행되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창녕군 따오기가 해당될 수도 있다. 이렇게 통합해서 일관되게 애쓴 결과 창녕 전역에 따오기가 날아다니게 되고, 이제는 생태관광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그래서 일본 서부 지역 보도 매체 종사자 등을 초청하는 그런 날들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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