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오카 탐방기] (2) 황새 관련 습지 보전·재생 노력

◇보전·복원 위해 부서까지 둔 도요오카시 = 첫날인 2월 11일 일행은 간사이공항과 교토를 거쳐 도요오카시로 옮겨갔다. 본격 황새 탐방은 이튿날 시작됐다. 안내는 도요오카시청 황새공생부(共生部) 직원이 맡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局)에 해당되는 부서 같았는데 그 아래에 다시 과(課)가 있었다. '일개' 황새 보전·복원을 위해 독립적으로 국을 두는 시청이라니!

눈이 내리는 가운데 처음 찾아간 데는 가야(加陽)습지 재생 현장이었다. 버림받은 논 15ha가량을 습지로 되돌리는 사업인데 국토교통성이 주체였다. 도요오카시를 관통하는 본류인 마루야마가와(円山川)강과 지천인 이즈시가와(出石川)천이 합류하는 일대 묵정논을 그대로 둔 채 물길을 내고 작은 웅덩이도 네댓 개 만드는 작업이었다. 안내문에는 "가축을 기르는 풀밭이 가까이 있는데 폐쇄형과 개방형 습지를 함께 만들고 있다. 생물과 사람이 공생하는 상징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목적이 있으며 황새의 중요한 서식 거점 기능도 기대된다"고 적혀 있었다. 풍광이 그다지 빼어나지는 않았고, 쏟아지는 눈 탓에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도요오카 시가지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면서 동해(일본해)로 빠져나가는 마루야마가와강 둘레는 2012년 7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에서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그 자체로서 값어치보다 야생으로 풀려난 황새들이 크게 기대며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이 많이 작용했지 싶었다. 양쪽 언덕에 형성돼 있는 습지의 넓이나 경관이 우리나라 낙동강이나 남강·밀양강 또는 그 지류보다 썩 나아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어서 이즈시초(町)에 있는 황새 인공둥지탑을 찾아갔다. 황새공생부 직원은 "'봉순이'가 태어난 둥지를 찾아가는 길"이라 했다. 13m 높이로 전봇대처럼 생겼는데, 꼭대기는 지름 4m 정도로 위쪽이 평평한 비행접시 모양이었다. 거기에 황새가 한 마리 있었다. 200m 바깥에서 망원경으로 보던 일행은 조금 있다 50m 전방으로 다가갔다. 황새공생부 직원은 "한국에서 온 탐방객들한테 특별하게 서비스를 하나 보다"며 웃었다. 황새는 둥지에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더 다가가면 날아간다고 했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네모반듯한 논에는 저마다 겨울인 데도 물이 담겨 있었다. 도요오카는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라 겨울에도 물이 쉬이 얼지 않는다. 여름과 가을철 논에서 살던 많은 생물들이 그대로 살고 있을 터였다. 논에는 미꾸라지·논고둥을 비롯한 동물과 피·촉새 같은 식물 등 5668가지 생명이 산다는 조사가 있다. 황새는 그래서 논을 좋아한다. 둥지 근처 논들은 '황새를 키우는 농법' 실천을 통해 저농약·무농약 고시히카리쌀 '황새의 춤' 브랜드 생산지였다. 일반농법 쌀보다 최소 30% 비싸게 지역 농협 JA다지마에서 모두 사들인다.

◇황새 위해 만든 서식지 '도시마습지' = 다음은 하치고로 도시마(戶島)습지. '하치고로'는 2002년 대륙에서 도요오카시로 날아든 수컷 황새 이름이다. 찾아온 날짜가 8월 5일이라 하치고로(八五郞)가 됐다. 하치고로는 도시마습지에서 먹이를 먹고 나중에 둘러볼 황새고향공원 산자락 소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도요오카 일대 자연 환경이 야생 황새도 터잡고 살 만큼 매력적이라는 증거였다. 도시마습지 또한 가야습지와 마찬가지로 마루야마가와강 기슭에 있다. 3.2ha 넓이 도시마습지는 원래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농사 짓기 어려운 묵정논이었다. 하지만 생물들한테는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다에서 들어오는 짠물이 섞이는 지역이기까지 해서 살기 좋은 지대였다.

하치고로 도시마습지 전경.

도요오카시는 일대를 사들이고 황새 서식 거점으로 삼아 습지를 꾸몄다. 비영리(NPO) 황새습지네트워크가 운영을 맡아 생물 조사와 습지 체험·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다케 세스오 대표는 13일 "도시마습지를 황새가 찾기는 하지만 여기 조사해 보면 황새가 충분히 먹을 만큼은 되지 못한다. 왜 이런 간격이 생겨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치고로는 도시마습지를 비롯한 야생에서도 먹이를 먹었지만 황새고향공원 보호증식센터에서 주는 먹이도 많이 먹었다. 도시마습지 등이 아직은 황새 먹이터로서 생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증표다. 여기 인공둥지탑에도 황새가 한 마리 있었다. 흩날리는 눈발이 시야를 가리기는 했지만 가만히 앉은 단정한 실루엣이 꽤 인상 깊었다.

도요오카시에는 황새만을 위한 인공습지가 하나 더 있다. 다이(田結)습지다. 도요오카 북부 바닷가 마을 뒤편에 있는 여기를 찾았을 때는 바닷바람이 아주 심해 제대로 둘러보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골짜기를 따라 펼쳐진 습지는 한눈에도 매우 그럴듯해 보였다. 맑은 물이 곳곳을 흘러내리고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12ha 가량 전체가 모두 물에 젖은 상태였다. 다랑논은 적당하게 허물어져 아래위가 손쉽게 이어져 있었다.

주민들은 활기차 보였고 자주 웃었다. 주민들 나이가 많아져 2002년부터 논들이 버려졌고 2006년에는 마지막까지 농사를 짓던 두 집마저 손을 뗐다. 그러던 가운데 2008년 봄 도시마습지에 둥지를 틀고 있던 황새 한 마리가 여기를 찾았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묵정논이 황새가 먹을 여러 동물들이 살기 좋은 터전으로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다이습지를 황새한테 좋도록 최적화하는 작업을 연구자와 자원봉사자와 마을주민이 함께 진행했다.

황새가 마을주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은 셈이었다. 황새가 날아든 습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2014년에는 1300명 안팎이 찾았다. 이는 주민보다 10배 많은 숫자다. 다이마을은 황새가 날아들지 않았으면 아무도 찾지 않았을 반농반어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다이습지 이모저모를 일러주고 안내하고, 찾아온 이들은 습지를 조성하는 자원봉사활동을 벌인다. 주민들은 금전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황새를 비롯해 생태계의 다양한 생물 보전을 위해 활동한다고 자부한다.

황새고향공원 사육시설에 있는 황새들. 지붕이 없는 까닭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날개깃 일부를 잘라놓았다. 날개깃은 곧 재생된다.

◇인공 번식에서 방사까지 '황새고향공원' = 사흘째에는 황새고향공원을 찾았다. 황새고향공원은 효고현과 도요오카시가 황새를 위해 기울인 노력의 결정체라 할 만했다. 1964년 효고현과 도요오카시는 노조(野上) 골짜기를 황새사육장 터로 정했다. 노조는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도로가 정비돼 있어 먹이 공급이 쉬우며 묵정논과 도랑과 산기슭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어우러져 있었다. 1965년 2월 11일 도요오카시 후쿠다에서 황새 한 쌍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면서 인공 번식 작업이 시작됐다.

1985년 7월 27일 러시아(당시 소련) 하바롭스크에서 야생 황새 수컷 4마리와 암컷 2마리를 들여오면서 1989년 황새사육장에서도 인공 번식에 성공했다. 1991년 황새보호증식센터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1999년 효고현립 황새고향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모두 165ha인데, 사람들이 찾고 구경할 수 있는 공개지역과 그렇지 못한 비공개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비공개지역은 황새를 기르고 새끼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훈련을 하는 사육 존(zone)과 풀려난 황새들이 둥지를 틀거나 하는 자연존으로 구분된다.

일행은 특별 배려로 비공개지역 사육존을 둘러볼 수 있었다. 야생으로 돌아가는 황새의 고향으로 걸맞은 지역이고 시설이었다. 널리 알려져 한 해 평균 35만 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일행이 찾아간 2월 14일이 토요일이기는 했지만 제법 많은 사람이 찾아와 시설을 둘러보고 황새를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고 차를 마셨다. 황새고향공원 공개 방사장 옆에는 2000년 만들어진 도요오카시립 황새문화관이 있다. 황새 보전 관련 자료가 있고 한쪽 면은 간단한 설명과 함께 황새를 지켜볼 수도 있게 꾸며져 있다. 일행이 도요오카시 공무원과 탐방 결과를 두고 한 시간 남짓 토론한 공간도 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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