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오카 탐방기] (1) 봉순이와 제동이의 고향

일본 효고현(兵庫縣) 도요오카시(豊岡市)는 '봉순이'의 고향이다. 암컷 황새 봉순이는 2012년 4월 6일 도요오카시 이즈시초(出石町) 인공둥지탑에서 태어났다. 효고현에서 가장 넓은 도요오카시는 인구가 8만9000명 수준으로 1955년부터 지금껏 60년 동안 황새 보전과 복원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다.

봉순이는 발목에 'J0051'이라고 적힌 가락지를 끼고 있다. J0051은 같이 태어난 수컷 'J0052'와 더불어 부모 둥지에서 두 달 동안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다 6월 11일 독립했다. 그러다 두 살 생일을 스무 날 앞둔 2014년 3월 18일 대한해협을 건너 김해 화포천과 봉하·퇴례 마을 일대에 날아들면서 '봉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봉하마을을 찾아온 암컷 황새'라는 뜻이다.

봉순이는 일본에서 태어난 황새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국경을 벗어났다는 기록을 남겼다. 2013년에는 일본 출신 어린 황새 4마리가 12월 12일 대마도까지 건너간 적이 있었다. 대마도는 부산과 거리가 49.5km뿐이어서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눈길을 끌었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주도에서는 올 2월 8일 도요오카가 고향인 또 다른 황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상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이 황새는 다리 가락지 'J0092'를 통해 2014년 6월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풀려난 어린 수컷임이 확인됐다. 이 황새 'J0092'는 '제주도를 찾은 수컷'이라는 뜻으로 '제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제동이는 봉순이한테 조카뻘이 된다.

도요오카에서 김해까지 거리는 대략 800km다. 봉순이는 봉하마을에 9월까지 머물다 섬진강이 있는 하동과 천수만이 있는 충남 서산으로 옮겨가 지냈다. 봉순이는 올해 3월 9일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그동안은 중국 북동부나 러시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은 황새(철새) 서너 마리 그리고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서 탈출(2014년 4월 28일)한 암컷 황새 '미호'와 함께 지냈다.

도요오카시에서 만난 일본 황새. /경남람사르환경재단 이찬우 박사

◇봉하마을은 봉순이 '제2고향'이 될까? = 1955년부터 황새 보호와 증식을 벌여온 도요오카시는 봉순이를 두고 반가움과 안타까움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도요오카시는 인공사육장에서 길러오던 황새를 2005년부터 야생에 풀어(2014년 3월 현재 87마리)왔는데 J0051이 처음으로 한국까지 날아간 것이어서 반가워했다. 한편으로는 도요오카 야생에 황새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먹이가 모자라진 탓에 대한해협을 건너지 않았을까 해서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먹이가 모자라지 않으면 갖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철새 황새들은 3월이면 북쪽으로 돌아가는데 '봉순이'도 그들과 동행하지 않을까 여겨졌으나 3월 9일 그런 예측을 깨고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봉순이가 보기에 봉하마을과 화포천 일대는 자기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었던 것이다. 실제 화포천 일대에는 황새 먹이가 많고 봉하마을에서는 농약 쓰지 않는 농사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 도요오카시가 고향인 봉순이에게 봉하마을과 화포천 일대가 새로운 제2 고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황새를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 = 도요오카 황새가 김해에 날아들자 도요오카에서는 2014년 7월 25일 기노사키초등학교 등 7개 학교 아이들이 화포천을 찾았고, 10월 11~12일에는 마노 쓰요시 부시장 일행이 와서 '일본의 황새 복원과 미래' 강연도 했다. 봉순이의 한국행은 일본 사람들의 한국 방문만 불러오지는 않았다.

2015년 2월 도요오카시는 '황새를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해 습지 보호·생태 교육·환경 보도를 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초청했다. 이쯤 되면 도요오카 일본 사람들이 처음부터 황새를 팔아먹으려고 보전과 복원에 나섰고 이제 상품화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고 미심쩍어할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았다.

도요오카시 황새 관련 활동은 세 가지가 주축이다. 하나는 황새 증식·복원을 위한 연구·실행이었고, 둘째는 황새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 조성이었으며, 마지막은 그런 가운데 인간도 손해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조건 마련이었다. 이 모든 것은 황새와 인간의 공생을 최고 상위 목표로 삼고 있었다. 황새 관련 생태관광 활성화가 목적을 충족시키는 수단일 따름이지 그 자체로서 목적은 아니었다. 2월 12~14일 2박 3일에 걸친 도요오카 탐방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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