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운동본부·학부모, 종북세력 반사회적 정치투쟁"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 행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학부모 저항으로 역풍을 맞은 경남도가 꺼내 든 '종북 딱지'를 붙인 색깔론이다.

경남도는 30일 성명을 통해 일부 인사의 이력을 들어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이하 경남운동본부)를 '종북세력',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학부모의 아이들 등교 거부 등 집단행동을 '반사회적 정치투쟁 행위'로 규정했다.

이날 하태봉 공보관이 성명을 읽었고, 신대호 행정국장, 강해룡 농정국장, 윤인국 정책기획관이 참석했다.

◇색깔 덧칠하기 = 도가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은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쟁에서 보수의 결집과 무상급식 중단에 저항하는 학부모와 경남운동본부를 분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 출장 중 골프를 쳐 수세에 몰린 홍준표 도지사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도 읽힌다.

도는 한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경남운동본부는 반국가적 종북활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간부 출신 등이 대표를 맡은 종북좌파 정치집단이다. 심지어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 관련 당사자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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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청.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FTA 반대, 미군 철수, 밀양 송전탑·제주 강정·평택 대추리 등 국책사업 반대 등을 열거하며 "우리 사회 분열과 갈등을 야기했던 반사회적 정치세력이 또다시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운동본부 진헌극(안전학교급식을 위한 경남연대) 공동대표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해 만들어진 노동당 소속이다. 또한, 식자재 납품 당사자로 언급된 아이쿱은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로 환경과 농업을 지키고, 친환경 농산물 급식운동을 벌이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지난해 11월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맞서 도내 200여 개 단체가 참여해 꾸려진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교육·급식관련 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 노동, 정당 대표 등 16명이 맡고 있다.

하 공보관은 경남운동본부 전체를 '반사회적 정치집단'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순수하게 참여하는 학부모도 있겠지만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여론몰이 배후를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또 신대호 행정국장은 '반사회적 정치투쟁'에 대해 "정책적 논쟁 사안을 정치투쟁화하고, 등교 거부 등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도는 도교육청과 박종훈 교육감도 쏘아붙였다. 도는 "학교급식은 교육청 고유 사무이며, 무차별 무상급식 중단 또한 교육감의 결정이다. 이에 따른 교육현장의 문제와 학사 행정에 대해 도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등교 거부 등 학부모 집단행동 해결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했다.

또 박 교육감이 시장·군수를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 제정을 방해하는 비교육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불통도 여전 = 경남운동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참으로 유치하고 치사한 성명"이라며 "홍 지사는 학부모와 도민을 해괴한 논리로 모욕하지 말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정치적 대권 욕심이 앞서 저지른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부모와 도민으로부터 규탄받고, 전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등 정치적 부담감이 커지자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고 본다"며 "홍 지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도민만을 도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는 불통 도정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오전 경남운동본부와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도청 기자회견에서 홍 지사 그림자 시위에 대해 관사 시설보호 요청을 한 도와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은 경찰을 성토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도청 앞 집회는 지금도 불허다. 경찰과 행정이 담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민이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 귀를 막는 행정과 경찰은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가 무상급식 관련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거부한 것도 문제가 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송호선 정책실장은 "4월 1일 교사선언을 하려고 도에 지난주 금요일 전화로 문의했는데 오전에 다른 회견이 잡혀 있어 어렵다고 해서 오후에는 되느냐고 물으니 '기자들이 힘들어 한다'고 했고, 교육청에서 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4월 1일 도청 프레스센터 회견은 오전 10시 30분, 11시 등 2건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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