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후의 사심 가득 인터뷰] (2) 수줍은 컨트리 함안 통기타 가수 조용호

조용호. 32세. 가수.

'참 쑥스러움이 많은 친구네.' 처음 용호를 만나 몇 마디를 나눴을 때 든 생각이었다. 용호는 노래를 부를 때도 부끄러워했다. 그 크고 서글한 눈망울은 관객을 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이나 천장을 향했다. 한데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부끄러움 속에도 빛나는 눈빛은, 녀석이 누구보다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이런저런 공연에서 용호와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 그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용호 하면 함안이 떠오른다. 용호는 일부러 자신이 '함안 가수'라는 걸 강조한다. 함안이라는 지역성은 용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내 고향도 함안이어서 그런가, 그런 녀석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 용호는 지난해 음악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지나왔다. 대학 후배인 권나무와 함께 공연을 다니며 음악적인 각오를 새로 다지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도 뚜렷하게 느꼈던 것 같다. 권나무는 지난 2월 한국의 그래미상으로 불리는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권나무로서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용호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창원 스페이스 1326·진주 부에나비스타에서 열린 조용호 공연. /강대중

"권나무는 2년 동안 저보다 먼저 수련과정을 거쳐서 자기 스타일을 완성했어요. 저는 함안에서 넋 놓고 있다가 나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공연도 하곤 했는데요. 너무 서투르게 음악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었나, 그래서 공연을 안 해야지, 부끄러우니까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죠.

그래도 지난해를 평가하면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것, 좋으신 분들을 많이 만난 것도 좋고요. 거진 반은 외톨이처럼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제 음악에 관심을 두신 분들, 다들 보니까 다 자기 영역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줄 얘기들이 있는 거예요. 아, 그게 2014년에 얻었던 거다, 싶어요. 저도 진짜 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용호의 음악은 '컨트리'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대중적이거나 상업적이거나 하지 않은 장르다. 용호는 자신이 하는 음악의 뿌리를 펑크와 얼터너티브록이라고 말했다.

"제 원류는 섹스피스톨즈(1970년대 등장해 펑크 음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밴드)예요. 저는 얼터너티브 이런 거도 잘해요. 혼자 하기 그러니까 안 하지. 제가 어릴 때 엑스재팬 좋아하다가, 섹스피스톨스로 펑크에 눈뜨고, 너바나를 좋아하면서 90년대 문화를 느꼈고요. 거기서 블루스나 그런 걸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저한테 진짜 맞는 거는 진짜 90년대 음악이었어요. 지금은 제가 그런 (90년대) 음악으로 돌아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창원 스페이스 1326·진주 부에나비스타에서 열린 조용호 공연. /강대중

용호가 최근에 만든 노래 중에 '블루요들 No 14'이란 곡이 있다. 이 노래 가사에 최근 음악과 관련해 용호가 품은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컨트리 음악을 공부해야지 하고 찾아봤는데 지미 로저스라는 가수가 있더라고요. 처음으로 컨트리 음악 싱어송라이터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분인데요. 컨트리 음악에 요들을 처음 도입했고요. 이분이 '블루요들'이라는 약간 슬픈 요들 시리지를 13번까지 냈어요. 그래서 나는 14번째다, 하고 만들어봤어요."

나에게 어려운 길이었던가

어울리지 않는 옷인가

난 대체 모르겠네

나에게 쉬웠던 길은 어디로 가고

빈 주머닐 뒤적이나

세상에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춤을 추지만

난 하나도 재미없네

내가 찾았던 멋은 어디로 가고

긴긴 슬픔에 빠져 있나

-'블루요들 No 14' 가사 일부

용호는 지난달 말 마산, 진주, 김해 순회공연을 끝으로 긴 음악적 칩거에 들어갔다. 앞으로 공연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완벽한 자기 음악'에 대한 고집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기도 하다.

"물론 음악에 관한 관심은 계속 품고 있을 건데요, 공연은 안 하려고요. 지난해 쭉 공연들을 해봤는데 음악적인 한계랄까요, 그런 게 느껴졌어요. 저한테 음악이란 건 엄청난 충족감을 주는 거였는데, 공연을 하고 나면 소진된 느낌만 있더라고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다들 멋지게 음악을 잘 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잘하는 사람들을 제가 따라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창원 스페이스 1326·진주 부에나비스타에서 열린 조용호 공연. /강대중

용호는 공연 대신에 새로운 분야를 발견했다고 한다. 글쓰기다.

계기는 엉뚱하게도 김해에 있는 카페 '재미난 쌀롱'에서 했던 철학강의였다.

"지난해 말 재미난 쌀롱에서 파자마 파티 같은 걸 했는데요. 저는 무얼 할까 하다가 철학강의를 하게 됐어요. '개똥 조용호 선생 철학강의'라고, 3일 준비해서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공연할 때보다 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몇몇 분들은 깨달은 바가 크다는 말도 해주시고. 음악 할 때는 없던 자신감이 생기고, 진짜 내 것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이 분위기를 이어서 글을 써보려고요. 퍼뜩 드는 생각은 논문을 하나 쓰고 싶다는 건데요. '김태춘론'이요.(김태춘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가수다.) 정식 논문 형식은 아니더라도 김태춘 형님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보고 싶어요. 이미 노트에다 기록을 시작했어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창원 스페이스 1326·진주 부에나비스타에서 열린 조용호 공연. /강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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