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한 학부모들의 위기의식이 드디어 실력행사로 구체화하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 유상으로 전환이 예고된 4월이 바짝 다가선 데다 도의회가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를 통과시킨 이후 허탈감이 최고조에 오르면서 그동안 항의 수준에 머물던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이 실천적 반대투쟁 양상으로 격화한 것이다. 방법론으로는 두 가지가 대세다. 등교거부와 도시락 싸 보내기가 그것이다. 한 달에 자녀 한 명이면 4만 원 정도, 두 명이면 8만 원을 점심값으로 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등교를 거부하고 자녀와 함께 도시락을 싸들고 야외에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그 부당함을 호소할 작정이다.

도시락 싸 보내기는 그와 연동한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학교에서 공동배식하는 점심을 돈 주고 사먹게 하는 강제규정은 자유의사에 어긋난다는 관점이다. 도시락을 이용하게 하거나 학교와 가까운 거리라면 집에 와서 먹고 갈 수 있어야 상식에 맞다. 무상급식을 않을 바엔 옛날로 돌아가 아이들 끼니에 관한 한 부모들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점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설마 학부모들이 좋아서 그런 지론을 펴겠는가.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분노의 표시일 뿐이다. 독단적 지방권력에 대항하는 민권의 향방이 도시락으로 응집화한 것일 뿐이다. 이게 도시락 싸 보내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다.

등교거부와 도시락은 어울리는 어군 조합은 아니다. 그러나 그 둘이 무상급식 중단 위기를 회자하는 시사적 의미에선 가장 절실한 민생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 등교를 거부하겠다는 학부모 마음은 극단적인 선택이며 도시락 지론은 급식제도에 대한 도전으로 두 가지 모두 질서사회에는 반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 울타리 밖으로 등 떠밀며 학교급식 자체를 부정하겠는가. 경남도와 시·군 자치단체가 소수에 국한된 것이라고 과소평가하거나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 부둥켜안는 한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불상사나 교육 차질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들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미적거리다간 백년대계를 그르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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