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김해시 장유3동 12통 김용계 통장

김해시 장유3동 12통 김용계(53·사진) 통장. 그는 이른바 '장유 봉사 맥가이버 통장'으로 통한다. 마을에선 이 별명에 아무도 토를 다는 이가 없다. 맥가이버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렇듯 그도 맨몸 하나로 어려운 홀몸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노인 돌봄이' 봉사 일을 하고 있다. 홀몸 노인 가정에 누전차단기나 전기 배선, 전자제품 등이 고장 나면 곧바로 달려가 부품을 교체해준다.

"혼자 살면서 유일한 낙이자 친구인 TV가 안 나오면 좋아하는 연속극이나 뉴스 등을 못 봐 속상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며 노인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맥가이버 봉사' 일을 소리 소문 없이 해오고 있다. 그는 천성이 봉사에 강한 유전자를 타고난 듯했다.

"남의 어려운 일을 보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도저히 몸이 쑤셔서 그냥 있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1996년 장유가 동으로 나뉘기 전부터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20여 년간 남 돌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는 오래전 부모로부터 배운 '봉사 대물림'이 작용했다. 여기에다 "봉사를 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겼다"는 그만의 봉사 경험도 한몫했다.

그는 "홀몸 노인들에겐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내가 통장을 하는 이상 장유 12통 내에서는 홀몸 노인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홀몸 노인 보살핌에 유난히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장유면 시절 마을 중에서도 외진 곳에 살던 홀몸 노인을 남몰래 보살펴 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평소와 다름 없이 이 노인의 집을 찾았는데 인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어 보니 잠든 상태로 사망했더라. 이때의 모습에 충격받아 지금까지 20년이 되도록 홀몸노인 돌봄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노인의 장례식까지 가족들과 함께했다. 어려움을 겪어본 자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법인지 그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기름 장사를 했다. 아버지는 기름을 지게에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부모님들이 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는 항상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보살피곤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때문인지 그는 "어려운 이웃이나 홀로 된 노인들을 보면 내가 도울 일은 없는지부터 찾게 되고, 남을 돕다 보면 내 건강은 물론 감사하는 마음도 덤으로 생기니 어떻게 돕고 싶은 충동이 안 생기겠느냐"고 했다.

그는 매월 수입에서 평균 20만∼30만 원가량을 봉사 비용으로 뗀다. 끼니를 걱정하는 홀몸 노인들에게 쌀과 빵을 구입해 대줘야 하고, 전선이 오래돼 감전사고가 빈번한 자연마을 노인들의 두꺼비집 교체에서부터 비 새는 지붕과 고장 난 전자제품 수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부품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김 통장은 봉사 철칙도 남다르다. 남 보여주기식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속있게 돌본다는 것이다. 그는 홀몸 노인 10∼12가구를 선정해 20년째 보살펴오고 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봉사는 허영이고 위선이라는 이유에서다. 홀몸 노인들은 집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그를 찾는다. 그가 노인들의 '집사'인 셈이다.

그의 이런 20여 년간 봉사 인생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대략 6000만 원 이상 사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에어컨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고, 만약 돈이 아깝다면 어떻게 남을 돌보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그의 이런 오랜 봉사 선행에 동참자들도 생겨났다. 노인들에게 대줄 쌀과 빵을 사러 가면 먼저 알아챈 가게 주인들이 그에게만 특별대우로 싼 가격에 팔기 때문이다.

그는 "통장의 역할이 시와 주민을 연결하는 일이지만 결국은 주민들의 불편함을 줄이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일이 체질화됐다"고 했다. 그는 "홀몸 노인 돌봄이 일을 공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현지 사정에 밝은 마을 이장과 통·반장들이 나서면 노인 고독사도 막을 수 있고, 아직도 밥 한 끼 먹기가 어려운 노인들이 많은 만큼 읍·면·동에 일명 '노인치매예방 민간봉사단체'를 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웃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보수를 하고자 건축과 설비, 보일러, 문틀 전문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한사랑회'도 결성해 이끌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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