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업체 알바생·고객으로 만난 연상연하 커플…양가 반대 이겨내고 혼인신고 12년 만에 결혼식

참 기나긴 시간을 견뎌냈다. 김명수(39) 백월지(46) 부부(진주시 강남동)는 2013년 4월 27일 결혼식을 올렸다. 혼인신고를 한 지 12년 만이다. 그날 감정은 단순한 기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부 머릿속에 지난 시간이 스쳐 갔다.

둘은 결혼업체를 통해 처음 만났다. 회원 간 만남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펜싱 선수였던 명수 씨는 스무 살 시절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백월지라는 고객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그의 눈에는 월지 씨 주변에 후광이 보였다. 혈기왕성한 명수 씨는 그때부터 월지 씨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앞으로 닥칠 험로에 대해서는 가늠하지 못한 채 말이다.

월지 씨는 '더 젊고 예쁜 여자 만날 수 있다'며 7살 어린 남자를 이래저래 달래보았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에 마음이 흔들렸다. 월지 씨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앞으로 우리 관계에 대해 정말 자신 있느냐"고 물었고, 패기로 무장한 명수 씨는 "당연하다"고 했다. 만난 지 1년 만에 둘은 연인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눈이 쏟아지던 어느 날이었다. 둘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월지 씨 집은 발칵 뒤집어졌다. 교육자인 아버지는 늦둥이로 낳은 막내딸에 대한 애정이 유별났다. 그런 귀한 딸이 연락도 없이 사라졌으니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 과정에서 명수 씨 존재가 드러났다. 명수 씨는 월지 씨 집으로 불려가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월지 씨는 가족들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집 밖으로 탈출했다. 한겨울 새벽에 만난 두 청춘은 오갈 데가 없어 어느 교회에서 밤을 지새웠다.

단지 그날의 일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월지 씨 부모님은 결혼을 일찍 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선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7살 어린 남자, 그것도 이제 갓 스무 살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명수 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라도 지지받고 싶은 마음에 월지 씨를 인사시켰다. 하지만 명수 씨 어머니 또한 "귀한 내 아들이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믿고 의지할 것이라고는 둘밖에 없었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변치 않기로 다짐했다. 시험대에 올랐다.

월지 씨 부모님은 딸을 서울로, 그리고 나중에는 캐나다로 보내 둘을 끊어놓으려 했다. 그 사이 명수 씨는 군대에 갔다. 그럼에도 두 사람 마음은 더 단단해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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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명수 씨, 32살 월지 씨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집을 나와 살림을 차렸다. 혼인신고도 했다. 이 친구 저 친구한테 조금씩 빌려 보증금 200만 원·월 15만 원짜리 방을 구했다. 겨울이었지만 물을 데워 써야만 했고,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를 해야 했다. 막 제대한 명수 씨는 막노동 등 이 일 저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냉혹한 현실에 지칠 법도 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파이팅'을 잃지 않았다.

그런 시간 속에서 아들 둘을 낳았다. 냉랭했던 집안 어른들 분위기가 조금씩 녹아내린 것도 아이들 때문이다. 그리고 지지난해, 양쪽 어른들과 둘 사연을 아는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 김명수, 신부 백월지, 그리고 아들 둘, 이렇게 넷이 함께 입장했다. 이제 둘은 말한다.

"지금까지 없이 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늘 행복했습니다. 가난 같은 건 어려움도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 간 사랑만 있으면 그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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