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율 몽환적 목소리 힐링 안기는 4인조 혼성밴드…눈초리 받고 시간에 쫓겨도 삶의 의미 음악 놓칠 수 없어

밴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의 한 연습실에서 지난해 11월께 팀을 꾸린 '달없는밤' 밴드를 만났다.

리더이자 기타를 맡은 최제윤(29) 씨와 보컬 김건윤(25), 드럼 서찬용(31), 베이스 박철민(25) 씨가 멤버로 4인조 혼성이다. 이들은 창원 기타 동호회 '하모닉스' 소속 밴드다. 동호회에는 이들 외에 4팀이 더 있다.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는 음악을 = 달없는밤 밴드는 이름에서 그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달 성애자'인 제윤 씨는 '힐링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제윤 씨가 달을 엄청 좋아해요.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 달, 월(月) 자가 들어가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자꾸 밴드 이름을 달○○, 월○○ 등으로 짓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달은 빼자'고 했는데 결국 '달없는밤'이 되었죠. 달이 빛나는 이유는 어두운 밤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우리는 그 밤이 되려는 거예요.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달처럼 빛날 수 있도록."(건윤)

실제 지난 20일 그들이 들려준 음악은 다소 조용하고, 약간 어두웠다. 거기에 건윤 씨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더해져 편안함이 느껴졌다. 물론 듣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이날 그들은 오랜만에 연습하는 거라며 많이 틀렸다고 멋쩍어했다.

사실 최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가수는 꽤 늘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아쉬움은 공연할 장소의 부재,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달없는밤 밴드도 마찬가지다.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고, 또 버스킹 문화가 점차 퍼지면서 비교적 젊은 층 사람들은 관심 가져주고 조금씩 호응도 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르신들 반응은 아직까지 똑같죠. 시끄럽다고."(제윤)

그들의 음악은 '달없는밤'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달없는밤'을 검색하면 들어 볼 수 있다.

인디밴드 '달없는밤'. 왼쪽부터 박철민, 김건윤, 서찬용, 최제윤 씨.

◇밴드는 자주 싸운다 그래서 망한다? = 지역 인디가수 중에서 밴드는 더 힘든 것 같다. 혼자 활동하는 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밴드는 다르다. 멤버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없는밤 밴드는 제윤 씨와 건윤 씨의 '감성적', 찬용 씨와 철민 씨의 '신나는 메탈'로 취향이 엇갈린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아직 갈등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잠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란다. 인터뷰 중 농담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도 했다.

찬용 씨는 "언젠가 한 번은 싸울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하진 않을 거예요.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제윤이에게 끝까지 힘이 돼줄 것을 약속했고 그것만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라고 말했다. 맏형인 찬용 씨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밴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해, 배려, 믿음, 양보, 소통이 아닐까.

인디밴드 '달없는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 진짜 시작합니다 = 달없는밤 밴드는 오는 28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경창상가에서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들과 함께 '락동산' 공연 무대에 오른다. 또 내달 4일과 5일에는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에 참가한다. 올해 프린지 공연에는 전국에서 140여 개 팀이 참가한다.

직장을 다니는 제윤 씨와 건윤, 찬용 씨. 대학 4학년으로 취업활동에 바쁜 철민 씨는 다함께 만나서 연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만난다.

음악을 한다고 밝히면 주위에 곱지 않은 시선들이 느껴진다면서도 이들은 왜 음악에 몰두하는 것일까.

"뭐랄까. 음악은 저에게 삶의 의미인 것 같아요. 한창 동요를 들을 5살 때부터 마이클 잭슨, 비틀스, 클래식 음악을 들었어요.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갔는데, 제가 그 자리에서 양손으로 피아노를 치자 학원 선생님이 '이 아이는 피아노를 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권했지만 아버지는 공부를 시키겠다고 하셨죠.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버지 반대로 완전한 음악의 길로 가지는 못했죠. 저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외롭지 않았어요. 연주를 할 때도, 단순히 음악을 들을 때나 악기를 사러 먼길을 가더라도 모두 즐거웠어요. 누가 뭐래도 제 삶이 즐거운데요. 그게 제가 사는 이유고, 그게 음악이었죠."(찬용)

"저는 제윤이 형이 200만 원짜리 베이스를 사준다고 해서 이 밴드를 시작했는데요. 하하하. 어릴 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합창반 활동을 했었는데, 대학에 입학하면서 악기를 배웠어요.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합주를 한 기억을 잊지 못해요. 그때의 그 짜릿했던 쾌감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래서 취업 활동에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면서도 이 짓을 하는 거죠."(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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