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53) 전남 구례 산수유축제

봄바람은 남쪽에서부터 불어온다. 그 바람을 타고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변하고 있다.

그 속도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알록달록 변해가는 세상을 보며 호강에 겨운 감탄만 자아낼 뿐이다.

봄비까지 촉촉이 내렸으니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노랗게 물든 세상을 찾아 떠났다. 전라남도 구례에서는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축제 열리기 3일 전 찾은 구례산수유마을(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825).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순천완주고속도로 순천분기점을 지나 산동 교차로에서 산동 지리산 우측으로 가다 보면 그때부턴 딱히 안내가 없어도 될 듯하다.

전남 구례군에 활짝 핀 산수유.

축제장을 안내하듯 노랗게 물든 산수유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산수유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山東面)으로 시집올 때 처음 가져다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 산수유 시목이라 여겨지는 산수유나무가 구례군 산동면에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지리산 노고단 아래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산비탈에서 잘 자라는 산수유나무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산수유 마을로 불리는 구례 산동면에는 무려 11만 7000그루가 넘는 산수유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생산지인 이곳은 3월 중순 산수유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다.

뭉게뭉게 노란 세상이 펼쳐지기엔 아직 조금 아쉽다. 축제 기간에 맞춰 노란 물결이 절정을 이룰 참인 듯하다.

산수유 마을은 지리산온천 관광단지에서 시작된다. 축제 장소가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너른 주차장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주차를 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산수유사랑공원이다. 거대한 산수유꽃 조형물이 서 있는 공원을 눈앞에 두고 걸으면 산수유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수유축제 행사장에서부터 대평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그리고 상위마을까지 거리는 2㎞ 남짓, 산수유꽃이 화려하게 줄을 잇는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활기찬 봄기운을 담고 있다.

마을과 마을 사이 계곡을 따라 노란 꽃담길이 이어진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 맞는 구례 산수유 꽃축제에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가 붙여졌다. 산수유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산수유사랑공원 사랑의 길 조형물.

옛날 구례 산동면 처녀들은 입에 산수유열매를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했다. 어릴 때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이 작업을 반복해서인지 앞니가 많이 닳아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 처녀는 쉽게 알아보았다고 한다.

몸에 좋은 산수유. 그 씨를 평생 입으로 분리해온 산동 처녀와 입맞추는 것은 보약을 먹는 것보다 이롭다고 알려져 산동 처녀를 남원·순천 등지에서 며느리로 들이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구례의 젊은이들은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려고 '산수유꽃과 열매'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축제는 산수유시목지에서 열리는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콘서트와 음악여행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산수유사랑공원에 있는 산수유 조형물.

뿐만 아니다. 산수유초콜릿 만들기와 산수유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산수유 막걸리 시음 등 산수유를 맛보고 즐기는 갖가지 체험행사도 마련돼 있다. 축제 관련 정보는 구례산수유꽃축제 홈페이지(www.sansuyu.g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산수유꽃이 필 무렵에는 지리산자락에서 고로쇠약수 또한 한창이므로 산수유와 함께 빼놓지 말고 즐겨보자.

◇구례 산수유 =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8~10월 붉게 익는다. 종자는 긴 타원형이며, 능선이 있다. 약간의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이 난다.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몸을 단단하게 한다.

10월 중순 상강(霜降) 이후에 수확하는데, 육질과 씨앗을 분리해 육질은 술과 차 및 한약의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3%를 차지하는 구례 산수유는 지리산과 섬진강 영향을 받는 곡간선상지 지형에다 산수유 질을 결정하는 9월 이후의 강우량이 적어 맛과 색이 특히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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