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돋보기]통영 미륵산 루지 사업

'통영 하늘엔 케이블카, 땅엔 루지'가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는 미륵산 바퀴 썰매장 루지(luge) 시설에 대한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완료했다. 고시 완료는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사를 바로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뜻한다. 루지는 4바퀴를 달고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썰매를 말한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 반발과 논란 중인 수익금 배분 문제, 입장료 확정 등에 대한 시비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 사업을 두고 시민단체는 통영시를 향해 "시민과 소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길이 1400여m 트랙 2개 인가받은 루지 = 루지사업은 2012년 뉴질랜드 관광·레저 업체 스카이라인(Sky Line)사가 통영시에 사업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스카이라인 투자 금액은 미화 1000만 달러다. 한화로는 약 106억 원 정도다.

스카이라인사는 루지시설 트랙을 최대 6개까지 만들 것을 계획하고 현재 2개를 실시계획인가 받은 상태다. 인가받은 트랙은 너비 1.5m, 길이는 1413m짜리와 1430m짜리 등이다.

스카이라인은 토지매입비를 제외한 실시설계비, 용역비, 시설비 등으로 100억여 원을 투자하고 통영시는 사업부지 16만 4000㎡를 매입해, 30년간 임대하기로 했다. 특히 통영시는 임대료 명목으로 루지티켓 판매액의 4%를 지급받기로 했다.

합의 사항은 스카이라인이 시설을 만들고 통영시는 행정절차 등을 지원한다는 것 등이다. 이에 통영시와 스카이라인은 2012년 4월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3년 만인 이달 2일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완료했다.

◇루지 들어서지만 논란은 계속 = 하지만 이 사업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이 사업에 대해 당시 통영시의회 한점순 의원은 "30년간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는 매출액 4%뿐이다. 통영시 수입은 연간 1억 7000만 원에 불과하다. 외자 업체만 돈벌이하는 굴욕계약"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3년 7월 통영시의회에서 천영기 의원은 "통영시가 부지 조성을 위해 15억 원의 토지 매입비용을 예상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67%나 늘어난 26억 규모로 예산이 증액됐다. 뻥튀기"라고 지적했다.

스카이라인사가 제안한 것을 통영시가 사업 유치를 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통영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통영시가 사업을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일방 추진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 밖에 환경 훼손 논란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입장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입장료는 5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영시는 2013년께 시의회 제출 자료에서 루지 입장료는 1인 2차례 이용 기준 5달러로 예상했다. 이 5달러를 기준으로 개장 3년 차 37만여 명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입장하면 60억 원 정도 매출에 통영시는 2억∼3억 원이 시 수입이라고 봤다. 반면 시의회는 시 수입이 고작 1억 7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당시 시의회에 보고할 때 5달러였지만 각 나라의 루지 입장료는 7달러 선이다. 물가 등을 감안하겠지만, 입장료가 확정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입장료 문제는 시민 할인 적용 등과 관련해 앞으로 더 이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단체 등은 이 사업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 의견 청취 없이 밀어붙이는 통영시에 대해 '불통'을 말하고 있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시민단체가 아무리 말을 해도 통영시장과 통영시는 이 사업과 함께 다른 사업도 주민 의견을 아예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시장 결정으로 시민이 주인인 미륵산이 파헤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원된 시민에 의한 의견 청취 말고 이 사업에 대해 통영시가 시민들에게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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