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간담회 참석자 사연…다자녀 학부모 가계부담 커져

김해에서 네 자녀를 키우는 최희정(가명) 씨. 첫째·둘째가 중학교, 셋째가 초등학교에 다닌다. 다음 달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세 아이의 급식비로 매달 25만 원을 지출하게 됐다. 넷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 급식비로 연 평균 3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얼마 전 최 씨는 중학생 딸이 학교에서 받아온 '무상 급식 중단 안내문'을 봤다. 4월 1일부터 불가피하게 급식비를 징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최 씨는 안내문에 있는 '어려운 여건의 가정에는 급식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으니 적극 이용하기 바란다'는 문구와 함께 급식비 지원 신청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딸에게 물었다. "딸아, 신청하면 어떻겠니? 엄마 좀 힘들다." 딸이 한참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엄마, 이거 신청하면 정말 가난하게 되는 것 아냐? 그냥 (급식비) 내면 안 돼? 학원 다니는 것 그만두고 급식비 내면 안 돼?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가난한 거 보여주기 싫어."

최 씨는 딸의 말을 듣고 울분을 삭일 수 없었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넉넉하진 못해도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남편이 직장에 다니고 최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큰 불편함 없이 지내는 평범한 가정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이 급식비 낼 형편도 안 된다는 생각에 부모로서 오히려 자괴감이 들었다.

다자녀 가정 학부모(왼쪽)의 사연을 들은 박종훈 교육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 씨는 18일 오전 창원시 반송초등학교에서 열린 무상급식 관련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종훈 경남교육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최 씨는 최근 딸과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참석한 다른 학부모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최 씨의 사연을 듣던 박 교육감도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최 씨와 같은 다자녀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으로 가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자녀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여주려고 여러 시책을 시행하지만 경남지역 다자녀 학부모는 오히려 부담이 커진 셈이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무상급식 지원 대상에서 다자녀 가구 학생 처지를 고려할 계획이다. 최 씨는 문 대표와 박 교육감에게 "납세의 의무 등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 어느 가정에도 부담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낙인 찍히지 않고 맘 편하게 점심 한 끼 나눠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학부모들도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낙인 효과'를 가장 우려했다. 양산의 한 학부모는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한 끼가 아니라 학교 교육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도지사도 알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엄마 나 그냥 친구들하고 편하게 밥 먹으면 안 돼? 꼭 가난을 증명하면서 밥을 먹어야 하나요?'라는 얘길 한다"고 학부모들의 현실을 전했다.

문 대표는 "저도 어릴 때 급식 혜택을 받으면서 배고픔보다 부끄러운 게 참 어려웠다"며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런 시대를 물려주지 말자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라를 발전시켜왔는데, 아이들 밥까지 그러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송초 고학병 교장도 "학교장으로서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 '급식비로 차별받는 아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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