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존심보다 진실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국민보도연맹 알리려 만든 작품, 유족들 가슴 속 한 풀어드려야

<레드 툼>(Red Tomb·빨갱이 무덤)을 제작한 구자환(48·사진) 감독이 극장 개봉을 위해 시민 후원금 3000만 원을 모금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영화감독이 '자존심'을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창원의 한 카페에서 구자환 감독을 만났다.

-2년 전 <레드 툼>이 공개됐지요?

"2004년부터 10년간 만든 영화가 2013년 9월 28일 창원에서 관객을 맞았습니다. 영화 제작에 도움 준 지인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였어요. 이후 경남에서는 공동체 상영회가 3번 정도 열렸고요."

-생각보다 상영 횟수가 많지 않습니다.

"독립영화를 선보일 자리가 많지 않죠.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해 '계급장'이라도 달아야 관심을 두는데, 당시 출품에 신경을 썼습니다. 39회 서울독립영화제(2013) 우수작품상을 받았고요. 이후 여러 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됐고 인디포럼, 서울인권영화제 등에 갔지요. 하지만 경남에서는 상영이 많지 않았네요."

-'개봉'은 하신 적이 없네요.

"네. 정식 개봉은 하지 않은 셈이죠. 처음부터 1년 동안 영화를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제에 출품해 상을 받고 여러 지역을 돌며 상영을 하면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제작한 지 만 1년이 지난 지금 개봉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책임감인가요?

"개봉하지 않을 영화를 굳이 왜 만들겠어요? <레드 툼>이 변변한 제작비 없이 진행돼 겨우 완성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제에서 수상했지만 여전히 유족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만든 이유는 국민보도연맹의 진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유족들이 평생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영화 개봉으로나마 조금이라도 풀어드려야 합니다."

-경남에는 현재 독립영화전용관이 없습니다. 영화 개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영화 개봉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극장 개봉 비용에만 약 3000만 원이 소요되지만 빈손으로 영화를 만든 제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뜻있는 시민들의 도움을 받고자 나섰습니다. 우선 6월 말이나 7월 초 전국 개봉을 준비합니다. 전국 11개 독립영화전용관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경남은 메가박스 창원점과 협의를 해볼 생각입니다."

-혹시 상영관에서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정치적인 문제로….

"그럴 수 있습니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단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죠. 현 정권도 뿌리가 같잖아요. 빨갱이라는 낙인이 60여 년 전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면 현재는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배제와 추방을 하고 사회적 생명을 박탈하고 있죠. 현 정부는 피학살자들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알리는 거군요.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공교육에서도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없어요.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조차 잘 알지 못하죠. 저도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요. 제 가족도 무관하지 않더군요. 결국 우리 얘기입니다.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 세대들이 알아야 합니다."

-<레드 툼> 개봉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화 개봉작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장면 몇 가지를 빼고 다른 1~2장면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박정희 정권에 의해 진상규명과 유해 발굴이 수포로 돌아가고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자막을 추가로 넣었습니다. 감독의 자존심 따윈 중요치 않아요.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많은 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레드 툼> 개봉후원금 모금은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후원계좌는 농협 302-0896-4040-41(예금주 구자환). 문의 010-713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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