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가짜 모피 판매 사기범 검거

"아줌마, 오늘 횡재하는 겁니다." 지난달 5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 시동을 걸고 있던 ㄱ(50) 씨에게 50대 남성 두 명이 접근했다. 이들은 ㄱ 씨에게 가짜 모피의류를 보여주며 "백화점에서 사려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명 상표 모피의류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히 처분하려고 한다"며 "세 벌에 100만 원 정도 달라"고 요구했다. 이 말에 속은 ㄱ 씨는 이들과 함께 근처 현금인출기까지 동행했다. ㄱ 씨는 이들에게 자녀 학비로 사용하고자 예금 중이던 현금 100만 원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창원서부경찰서는 현금을 받고 가짜 모피의류를 판매하는 수법으로 대금 100만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죄)로 ㄴ(52) 씨와 ㄷ(54)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나머지 공범 2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ㄴ 씨는 이미 사망한 사람 이름으로 된 대포차량을 이용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죄)도 받고 있다.

압수된 가짜 모피의류.

경찰은 지난달 6일 가짜 모피 구입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 진정서를 접수한 후 사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ㄱ 씨가 사기를 당한 현장을 비추던 CCTV를 살폈다. 아쉽게도 영상 속 대포차량의 번호판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대신 차 후미등 모양으로 차종을 특정, 범행시간대 현장 주변을 통과한 차량을 확인했다. 한 달간의 수사 끝에 용의자 차량번호를 확인한 경찰은 사망자가 소유주인 대포차량인 것을 확인했고, 이어 피해자 진술과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피의자 2명을 특정하기에 이르렀다. 소재가 불분명한 ㄴ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4일간 주거지 주변을 잠복해 ㄴ 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같은 날 공범인 ㄷ 씨도 자진 출석해 검거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출근시간대 주부들을 상대로 가짜 모피의류를 진짜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주 피해자들이 주부인 데다, 현금으로 거래하는 치밀함 때문에 관련 피해 신고가 없어 또 다른 범죄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러한 사건 해결은 피해자 신고가 중요한 만큼 비슷한 피해가 있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고가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엔 가급적 정품 매장을 이용하고, 반드시 상표 등을 정확히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며 "결제도 계좌이체나 카드를 사용해 증거를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대형 도매시장에서 우연히 만나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점 앞에서 만나 범행을 제의하고 상대가 받아들이면 2명씩 조를 짜 전국을 무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다닌 것. 또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계절이 바뀌면 모피의류 대신 다른 물품을 이용해 비슷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유형의 사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성행했다. 당시 생선 도매상으로 속여 트럭에 싣고 다니던 값싼 물건을 고가에 팔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에 유사한 범행수법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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