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즈를 떠나 셰프샤우엔이라는 관광도시로 떠나려 했지만 버스표가 전부 매진이라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르라는 작은 도시로 가기로 했다.

아주르 시내에서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무언가 특별함은 없었지만 그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걷다 보니 언덕이 나와 정상에도 올라 한참동안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알리샤라는 10대 소녀가 따라 왔고 이 근처가 자기 집이라고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우리를 초대했다.

집에는 여자만 5명 살고 있었다. 엄마와 딸만 4명. 우리는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페즈로 가는 막차 시간이 다 되도록 수다는 끝이 날 줄 몰랐다. 하룻밤 자고 가라는 알리샤 가족의 제안에 페즈로 돌아가기로 한 계획을 바꿔 하루 머물기로 했다. 저녁이 되기 전에 잠시 기념품 가게도 들르고 카페에 앉아 차도 마시기로 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반가운 모습도 발견했다. 우리나라 시골장터에서나 봐오던 뻥튀기가 이곳 머나먼 나라 모로코에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뻥튀기에 초록색, 빨간색 달달한 무언가를 함께 묻혀 준다는 것이다. 맛은 달달하니 나쁘지 않다.

이곳은 카페가 유난히도 유명한지 저녁이 되어도 많은 사람이 노상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거의 100프로가 남자라는 사실이다. 이 모습을 보니 이곳 모로코의 여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가늠되는 것 같아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이미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으셨다. 그리고 특별한 손님이 와 있었다. 그는 이 집의 가장인 아버지 호세였다. 퍽 유쾌한 그는 이 집과 다른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부인이 한 명이 아니라고 하니 이곳 모로코는 일부다처제 풍습인가 보다. 알리샤의 어머니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고 그냥 행복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일 텐데 문화나 풍습이 그 모든 것을 감싸 줄 수 있는지, 아니면 사람에 따라 다른 건지 알 수는 없다. 아버지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며 가족들과 저녁 인사를 하고 다른 집으로 떠났다.

늦은 저녁을 먹어서인지 다들 식사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는 알리샤의 특별한 옥상 공간에 잠시 올라가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느 어머니들이 다 똑같듯이 알리샤에게 어서 들어가서 자라며 호통을 치셨다. 그리고 우리는 여느 말 안 듣는 아이들처럼 어머니 말을 안 듣고 까치발을 하고 몰래 옥상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바라본 야경은 한참을 우리를 그곳에 머물게 만들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했지만 말 안 듣는 어린이를 호통 치시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우리는 이내 그곳을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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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아주르에서 우리는 또 다른 보물을 발견했다.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잠시지만 그 속에 들어가 보고, 듣고, 느껴 보는 좋은 문화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은 언제나 이렇게 나에게 예상치 못한 보물을 선물해 주는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떠한 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렌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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