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노조탄압 행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삼성물산 고객만족팀이 삼성테크윈 주주총회에서 노조간부들을 미행한 정황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공개되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간부들을 미행·도청하면서 감시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구체적 정황증거가 제시되기는 처음이다. 물론 삼성그룹은 반도체 백혈병 노동자에게 사과하면서 삼성도 노사관계에서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이라는 방침을 두고 노사관계를 부정하는 전근대적인 경영이면서 사회질서를 훼손하는 그들만의 규칙 정하기가 아니냐는 비판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고 있는 노조를 부정하고 방해하는 행위는 사소한 일탈행위가 아니라 범법행위이다. 

이렇게 불을 보듯이 뻔한 이치를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은 지속적으로 부정하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구시대적인 사건을 소수 직원들의 그릇된 기업충정에서 비롯된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면서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행위는 더욱 비판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삼성물산은 테크윈 노조간부들의 미행에 관하여는 사과하면서도 삼성그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 직원들의 시대착오적인 과잉충성으로 빚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룹차원의 무노조경영 방침이 지금도 유지되면서 벌어진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노조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기피를 결코 그들만의 경영철학이라고 미화할 수는 없다. 왜냐면, 경제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자구적으로 만든 노조를 기피하는 현상은 노조라는 조직을 적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해도 된다는 지극히 편협하고 잘못된 도덕률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논리를 충실히 따를 경우 힘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률과 규칙을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도 이런 사회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진정한 변화를 보여 주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