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거창서 시작 도내 확산…홍 지사, 일방적 예산 전액삭감, 시·군 단위 주민 반발 움직임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 중단이 현실로 됐다. 이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취임과 동시에 예견됐다.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 지사는 취임 이후 무상급식 예산 줄이기를 계속 시도해왔다. 2013년 재정난을 이유로 2014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해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다. 2014년 6월 재선에 성공한 홍 지사가 꺼내 든 '무상급식 감사'는 급식 예산을 줄이려는 수단일 뿐이었다. 교육청이 "월권"이라며 감사를 거부하자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원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무상급식 중단 이유가 교육청의 감사 거부 때문이 아니라 '선별 복지'를 내세운 홍 지사의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그간 무상급식 논란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1개 시·군, 자발적으로 추진한 무상급식 = 경남 무상급식은 2007년 거창군에서 시작됐다. 2008년 남해군에 이어 2009∼2010년 창녕·고성·함안·의령·하동·합천·산청·통영 등 11개 시·군이 자발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했다.

2010년 8월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전 교육감은 도내 모든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확대 지원하는 '2011∼2014년 학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식품비를 자치단체 70%, 교육청 30% 정도 부담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2011년 555개교 18만여 명, 2012년 580개교 26만여 명, 2013년 758개교 30만여 명, 2014년 748개교 28만여 명으로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이 늘고 있었다.

◇도, 지방선거 끝나자 태도 돌변 = 지난해 2월 17일 도와 교육청은 식품비 지원 비율을 자치단체 62.5%, 교육청 37.5%로 조정한 '학교 무상급식 추진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에서 홍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자 도의 태도가 바뀌었다. 선거 이후 7월부터 10여 차례 열린 2015년 학교 무상급식 추진 실무협의에서 도는 식품비 분담률을 50%씩 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교육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10월 15일 도는 '지방비(시·군 포함) 50% 축소 방침' 공문을 교육청에 통보한 데 이어 10월 21일 '학교 무상급식 특정감사 계획'을 언론에 발표했다. 홍 지사의 "감사 없이 지원 없다"는 정치적 수사와 함께 무상급식 문제가 보수-진보 진영 논쟁으로 비화했다.

도의 지방비 축소 방침에 따라 교육청은 식품비 분담률을 교육청 37.5%, 자치단체 50%로 편성한 '2015년도 교육비특별회계 본예산안'을 11월 11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나머지 12.5%는 추경예산에서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는 11월 13일 '급식지원 도 예산 전액 미편성' 공문을 교육청에 다시 통보했다.

◇도의회 견제 기능 상실 = 새누리당 도의원이 압도적인 구조에서 도의회는 번번이 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 도의회는 무상급식 도비 전입금 257억 원을 삭제한 교특회계 본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계획이 등장했다. 무상급식 전입금 257억 원을 다른 사업에 쓰겠다는 명분용이었다.

새누리당 도의원 40명이 발의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는 지난 12일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례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125건의 도민 의견 가운데 반대 124건·수정 의견 1건으로 단 1건의 찬성 의견도 없었지만, 상임위를 통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는 19일 본회의 절차가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전망이다.

◇성난 학부모들의 힘, 심상찮다 = 당장 4월부터 기존 무상급식은 중단된다. 4월 급식비 납입고지서를 담은 가정통신문이 이미 학부모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무상급식 중단 논란은 홍 지사 재임 내내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성난 학부모들의 민심이 홍 지사를 겨냥하고 있다.

정치권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이 자치단체의 무상급식 지원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 지원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발의를 추진 중이다. 특히 경남지역 무상급식 역사가 거창군에서 주민 제안으로 관련 조례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도와 도의회 결정과 상관없이 시·군 단위에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시·군의원들 또한 홍 지사의 입김보다는 지역 주민·학부모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창원에서 여는 데 이어 19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창원에서 회의를 열고 무상급식 지속 방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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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내 무상급식 추진 과정과 논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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