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잇는 100리 길 따라봄 향기 맡으며 여유 '만끽'…양산 원동마을은 매화 천지, 하동 섬진강 100리 길 걸어볼까

꽃샘추위가 물러가니 여지없는 춘삼월입니다. 올해는 유달리 봄꽃이 빨리 핀다는군요. 잠깐 시간을 내어 일상 주변에서 봄꽃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군요. 이번 주는 특히 매화가 절정일 듯합니다. 주말에는 섬진강 주변으로 매화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이른 매화와 함께 여러분의 마음에도 서둘러 훈풍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봄꽃이 피는 시기도 30년 전보다 최대 보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기상청이 지난 1981년 이후 주요 도시의 봄꽃 개화시기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1980년대 4월 20일에 꽃망울을 터뜨렸던 매화는 1990년대는 3월 28일, 2000년대는 3월 26일에 개화했다. 2010년대(2011∼2014년)에는 다소 늦어진 4월 5일 꽃을 피웠지만 1980년대에 비해 개화 시기가 15일 앞당겨졌다. 벚꽃 개화 시기는 1980년대 4월 12일, 1990년대 4월 10일, 2000년대 4월 7일, 2010년대 4월 10일로 집계됐다.

개나리는 연대별로 각각 3월 30일, 3월 29일, 3월 27일, 3월 28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한반도 전역에서 확인됐다. 대전에서 1980년대에 4월 14일에 개화했던 매화는 1990년대에 4월 6일, 2000년대에는 3월 25일, 2010년대에는 4월 4일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부산은 198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 매화는 5일, 벚꽃은 3일, 개나리는 4일 일찍 꽃을 피웠다.

이처럼 봄꽃이 성급해진 이유는 기온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봄꽃 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2, 3월 기온이다. 여기에 일조시간과 강수량, 개화 직전의 날씨 변화 등에 따라 그 시기에 차이가 발생한다. 국내 10대 도시의 2월 평균기온은 1980년대 1.2도에서 2000년대 3.0도로 1.8도나 높아졌다. 3월 역시 같은 기간 6.2도에서 7.2도로 1.0도 올랐다. 2010년대에 봄꽃 개화 시기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기온 상승세가 둔화한 측면도 있지만, 비교기간이 4년으로 짧아 특정 연도의 데이터가 통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2010년대 들어 기온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작년 서울에서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관측사상 처음으로 3월에 벚꽃이 피는 등 일찍 꽃이 피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봄꽃도 평년보다 1∼3일가량 일찍 필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초순 평균 기온은 2.8도로 평년보다 1.0도 낮았지만 중·하순 기온은 평년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월 평균기온도 2.0도로 평년보다 0.9도 높았다. 개나리는 서귀포에서 15일, 서울에서 27일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섬진강 일대는 명실상부한 매화의 본고장이다. 광양매화마을을 중심으로 강변과 산언덕을 온통 하얗게 물들여가는 꽃 자태. 뭍에서 매화가 가장 일찍 피는 곳이 섬진강이듯이 그 축제가 가장 먼저 열리는 고장 또한 전남 광양이다.

해마다 3월이면 섬진강변 광양은 화사한 매화꽃의 품에 안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주무대는 광양국제매화축제가 열리는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 올해도 지난 14일 시작한 축제는 오는 22일까지 9일간 흐드러지게 펼쳐질 예정이다.

18회째를 맞은 이번 매화축제에도 풍성한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그중 국악, 가요, 양악 등 음악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하루에 두 개 이상의 공연이 쉴 새 없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축제에 오면 그저 눈과 귀만 즐거운 게 아니다. 매실음식경연대회 등 다양한 매화와 매실 프로그램도 준비돼 입맛 등 오감을 한껏 만족시켜준다.

그렇다면 광양이 언제부터 매화와 매실의 본고장으로 떠올랐을까. 이 대목에서 '밤나무골 영감님'으로 통하는 김오천 선생과 그 며느리인 홍쌍리 여사를 빠뜨릴 수 없다.

광양시 다압면 출신인 김 선생은 1918년 일본으로 건너가 13년간 광부생활을 하다가 1931년 귀국한다. 이때 밤나무 1만 그루와 함께 가져온 것이 5000 그루의 매화나무. 홍쌍리 여사가 시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일궈오는 게 바로 지금의 청매실농원이란다.

양산 원동마을에 핀 매화. /경남도민일DB

청매실농원의 3월 풍경은 말 그대로 별천지이다. 섬진강이 눈앞에 흐르는 야트막한 산언덕이 봄철이면 하얀 꽃방석을 질펀히 깔아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치장한다.

방문객들은 삼삼오오 매화길을 거닐며 봄날을 맘껏 노래한다. 농원의 너른 마당에 펼쳐진 수많은 옹기 항아리들은 그 자체로 멋진 설치미술작품. 매실김치, 매실마늘장아찌, 매실식초, 매실잼 등 각종 매실 음식들이 봄 향기 속에 몽글몽글 익어간다.

지난해 축제 때 이곳에 다녀간 이들은 무려 100만여 명. 한적한 시골이 연일 인파로 들썩였다. 지난 2013년 역시 100만 명을 껑충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과연 얼마나 찾을까? 벌써 관심이 쏠린다.

매화축제는 이곳 광양 말고도 전국 몇 군데에서 더 열린다. 전남 해남의 보해매실농원에서는 21일과 22일 땅끝매화축제가 열리고, 경남 양산에서도 같은 기간에 원동매화축제가 개최된다.

양산시 원동 일대에서는 봄의 전령사 매화꽃이 만발해 관광객들에게 봄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는 낙동강, 기찻길, 매화꽃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영포마을을 비롯해 쌍포, 내포, 함포, 어영 마을 등에 매화 밭이 조성돼 있다. 특히 영포마을에는 매화나무 2만 그루에서 폭죽이 터지듯 꽃이 피어난다. 개인 농원인 순매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또 원동서 밀양댐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타고 산자락을 따라가면 온통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룬 장관도 만날 수 있다.

원동지역의 마을에서는 특산물인 원동매실로 만든 음료, 막걸리, 장아찌 등을 맛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영·호남의 경계를 흐르는 섬진강변에는 지난 2011년 10월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조성사업'이 시작돼 3년 5개월 만에 완공됐다. 테마로드는 섬진강을 중심으로 하동송림~남도대교~광양 다압면~섬진교를 잇는 100리(41.1㎞) 구간이다. 광양지역 20.2㎞는 자전거 도로로 이미 개설됐다. 이번에 완공된 하동지역 20.9㎞는 걷는 길이다.

하동구간은 폭 2~4m로 마사토길 5.8㎞, 덱 3.6㎞, 황톳길 1.9㎞, 재첩길 0.8㎞ 등으로 구성됐다.

테마로드 구간에 천년녹차, 은모래, 두꺼비바위, 팽나무, 하동 나루 같은 특색 있는 쉼터 12곳이 조성돼 아름다운 섬진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소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을 비롯해 무딤이들, 동정호, 평사리 공원, 지리산생태과학관, 야생차밭, 화개장터 등 볼거리도 많아 길을 걸으며 느림과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 정리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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