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득 남자·믿음 깊은 여자…제자 소개로 만나 결혼…가족 안에서 더욱 견고해진 사랑 "주말 부부여도 괜찮아"

주철우(49) 서진희(46) 부부는 아들·딸이 있다. 그런데 가족 네 명 모두 각각 떨어져 지낸다. 창원시의원인 철우 씨는 창원을 지키고 있고, 전문상담교사인 진희 씨는 양산에서 지낸다. 또한, 대학생인 아들은 타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며, 고3 딸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러한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결코 느슨한 것은 아니다. 철우 씨는 무엇에서든 가족이 우선이다. 이 '가족의 탄생'은 재미있게도 어느 고등학생이 큰 역할을 했다.

1995년, 진희 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한문 수업 중인 어느 날이었다.

"옛 기생들이 오지 않는 임을 그린다는 내용의 한시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 남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선생님 애인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왜 그러느냐'고 그러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 있는데 소개해 주고 싶어서요'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죠. 저는 초짜 교사일 때라 많이 당황했어요. '수업 끝나고 따로 이야기하자'며 일단 분위기를 수습했죠."

주철우·서진희 가족은 모두 각각 떨어져 지낸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결코 느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한 남자를 선생님에게 소개해 줄 마음이었다.

진희 씨는 난감했다. 이 학생을 잘 알지도 못했다. 학교를 그리 열심히 다니는 학생도 아니었기에 믿음도 없었다. 그걸 떠나 학생이 해주는 소개팅을 받아들인다는 것도 그랬다.

"제가 그렇게 주저하자 이 학생이 똑바로 바라보면서 '선생님, 저를 못 믿으세요?'라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 더는 거절하기 어렵더군요. '만나보기만 하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진희 씨는 제자가 소개해주는 남자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나갔다. 철우 씨와 둘은 그렇게 처음 대면했다.

진희 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눈빛이 살아있고, 삶의 열정이 넘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개팅 자리를 위해 꽤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더군요. 대화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유머도 준비하고,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진희 씨가 학교에 출근하자 교무실로 철우 씨 전화가 왔다. 첫 마디가 '잘 주무셨어요?'였다. 진희 씨는 철우 씨 첫인상에 호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들이댄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진희 씨는 훗날 알았다. 철우 씨의 이러한 말과 행동은 주변 젊은 친구들에게 교육받은(?) 것이란 걸 말이다. 또한, 고등학생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 것도, '너희 학교에 여선생님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철우 씨 압박(?) 때문이었다.

주철우·서진희 가족은 모두 각각 떨어져 지낸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결코 느슨한 것은 아니다.

둘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동지적 관계'라는 말을 썼는데, 그 부분에서 함께 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아주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실질적으로 도움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더군요."

그사이 또 다른 계기도 있었다. 철우 씨에게 류머티스 관절염이 찾아왔다. 몸이 그러다 보니 진희 씨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병원에 찾아온 진희 씨에게 '아직 미래를 약속한 사이는 아니니 날 떠나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희 씨는 '결정을 해도 내가 한다'며 철우 씨 곁을 지켰다. 둘 관계가 더 공고해진 시간이기도 했다.

둘은 그렇게 5개월여 만에 결혼했다. 둘 사이를 연결해 준 고등학생 제자에게는 양복을 선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졸업 후 연락이 끊겼다.

지금 둘은 주말 부부로 지내지만, 서로의 생각과 하고자 하는 일을 존중하기에 충분히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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