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우포늪 물막이 공사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의 토평천 방향 수로에서 지난 12일 소란이 벌어졌다.

인근 이방면 안리 소목·장재마을 어민들이 굴착기로 물막이 공사를 했고, 이를 발견한 우포늪자연학교 이인식 교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우포늪 관리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이 교장은 더 반발했다.

소란 속에서도 결국 공사는 진행됐고, 이곳에는 폭 3~4m, 높이 1m 안팎의 물막이 둑이 들어섰다.

마찰을 예상하면서도 어민들이 공사를 벌이고, 이 교장이 반발한 이유는 뭘까?

우포늪에서 붕어·잉어 등을 잡는 어업가구는 소목·장재마을 12가구다. 어민 중 한 사람인 소목마을 성영길 이장은 이들이 생선을 팔고 가공업을 하는 등 어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전제했다.

지난 12일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 토평천에서 수로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포늪자연학교

"늪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말랐어요. 어떻게 고기가 살겠어요? 작년 12월까지 거기에 돌둑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물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쓸려가삤지. 어차피 2월까지는 고기를 못 잡으니까 참다가 참다가 이번에 공사를 한 겁니더."

그의 말대로 우포늪은 재두루미·장다리물떼새·황새 같은 겨울철새가 찾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4개월간 어로를 할 수 없다. 대신 정부가 그 기간 어업보상을 하고 있다.

"보호구역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다 해서 우리도 많이 참았어요. 그런데 지금이 3월 중순이라. 지금부터는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될 거 아임미꺼?"

이 교장 입장은 이랬다.

"물 사정이 해마다 다른 기 아임미다. 겨울엔 말랐다가 봄여름 되면서 어느 정도 회복됩미다. 근데 그걸 수로를 완전히 막아 해결해요? 물이 제대로 안 흐르는데 습지니, 생태계가 어떻게 보호가 됨미까? 더구나 이곳은 습지보전법 적용을 받슴미다. 누구라도 토지 형질 변경이나 습지 수위·수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어요."

이 교장은 어민들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화가 더 난다.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정한 거 아니에요? 훼손 행위를 막아야 할 환경부 공무원까지 공사장에 함께 있었어요. 말이 됨미까? 인근 주민들 생계문제와 충돌할 때를 대비해 민관협의체까지 만들어놨어요. 이런 걸 하면 협의체를 거쳤어야죠."

환경부 소속 우포늪 관리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 입장이 주목됐다.

자연환경과 박현상 자연보존팀장은 "어민들은 생계를 위해 물을 막자고 하고 환경단체는 물이 흘러야 한다고 한다. 정말 난처하다"는 입장부터 전했다. "수위가 계속 낮아져 작년 말부터 물막이 공사를 하겠다는 걸 지금까지 막아왔는데 어로금지 기간이 끝나 명분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부 소속으로 업무 지향점이 자연생태계 보전·생물다양성 증진에 있지 않은가.

박 팀장은 이 지적에 "이른 시일 내 우포늪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지역협의체 회의를 열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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