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인문학 강좌 개설자 생각 엿보기…지역 문화와 사회를 보는 눈, 환경 오염과 인간의 욕망 등 현실 직시할 수 있는 메시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이들을 만나 왜 강좌를 개설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양운진 창동시민대학 총장(한국생태환경연구소 이사장), 이이화 거창 파랗게날 대표 연구원, 강인순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장, 염재상 창원대 열린인문학센터장을 각각 만났다.

◇양운진 = 지금 경제적 성장은 이뤘는지 몰라도, 문화적 성숙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경제는 요행수가 있으면 빨리 성장할 수 있지만, 문화는 빨리 성숙하기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이 걸립니다.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해 문화 성숙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환경공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환경공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오염된 물을 어떻게 깨끗하게 만드는지를 가르칩니다. 그런데 왜 더러운 물이 나오는지, 그것이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눈과 귀를 갖고 생각을 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창동시민대학이 그러한 것을 배우는 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운진 창동시민대학 총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이화 = 저는 역사 전공자입니다.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글을 쓰고 싶어서 서울에서 고향인 거창으로 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서당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활성화됐는데, 최근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애초 서당에 글 향기를 채워놓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을 모셔서 사랑방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거창에 귀농한 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우리가 사는 자리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팍팍한 현실에 많은 분이 이러한 갈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 강좌가 주말에 진행되는 데다, 고택이라는 공간적 깊이가 더해져서 도시를 잠시 떠나 인문학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 오고 있습니다.

이이화 거창 파랗게날 대표 /우귀화 기자

◇강인순 = 인문학 강좌는 지역대학 연구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역할 차원에서 시작됐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을 다루는 모든 학문이 인문학이니 필요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대학생 대부분이 지역에 살고자 합니다. 그러면 지역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역에 관한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지역민·학생 등 고정 팬도 생겼습니다. 당장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지역 문화를 아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인문학이 바탕이 됩니다.

강인순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장 /우귀화 기자

◇염재상 = 시민사회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제공하자고 대중 인문학 강좌를 열게 됐습니다. 인문학 핵심을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인문학은 지식을 넘어 인간 내면의 심리, 가치를 고양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발동시키는 데도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교도소 등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자 합니다. 정신 자산 사업인 인문학 강좌는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염재상 창원대 열린인문학센터장.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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