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이어 전국 이슈로…문재인, 홍 지사에 회동 제의…새누리 '오세훈 트라우마'조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단행한 '지자체 무상급식 지원중단' 정책이 여의도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이어 또 한 번의 '홍준표발 정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 때와는 달리 여야 모두 복지논쟁의 뇌관 중 하나인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여야 대리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홍 지사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홍 지사가 대권행보의 한 방편으로 불필요한 논쟁적 정책을 양산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유은혜 대변인은 경상남도의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에 대해 "50만 원짜리 교육복지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학부모는 저소득층임을 증명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집이 가난해 공짜 밥을 먹는다'는 낙인을 찍으려는 홍준표 도지사의 행태는 정말 야멸차다"고 논평했다.

당내 주요 정치인들의 우려 섞인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정당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는 11일 "경남의 아이들도 무상급식 혜택을 누리도록 지금이라도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할 것을 촉구한다"며 홍 지사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했다. 홍 지사 측은 회동 제안에 대해 "도청으로 찾아오면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18일 경남을 방문할 예정인데, 무상급식 문제를 집중 진단할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 대표는 창원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직접 학교급식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교육감과 회동도 점쳐지고 있다.

아직 당론은 표명되지 않고 있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기점으로 무상급식 정책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중진최고 연석회의에서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잘못된 공짜 정책은 안되고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12일 울산을 방문하게 되면 선별적 급식 지원 정책을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지만,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양당 내부에서 공히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유독 홍 지사만 무상급식 지원금 전액을 없앴을 뿐이고 대부분의 새누리당 광역 단체장들은 종전대로 무상급식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특히 무상급식 논란으로 당 소속 서울시장이 중도하차한 '오세훈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도 섣불리 이 논쟁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비판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위에서 압박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경남도의 조삼모사식 교육 복지 정책을 비판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지만 홍 지사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게 부담"이라며 "자칫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지사가 맞붙는 식으로 판이 짜이면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될 것인지는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