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불편하고, 계산 시간 더 걸려"…인력감축 우려도

통영대전고속도로 연화산 요금소를 지나던 김편리(가명) 씨는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요금소 직원이 있어야 할 공간에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무인수납 정산장치'가 서 있었던 것. 김 씨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한 이 장치를 한국도로공사가 왜 도입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요금소 무인수납 정산장치를 설치·운영하면서 이용자 불편과 수납원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남에는 통영대전고속도로 연화산, 생초, 지곡 3곳에 무인수납 정산장치가 설치돼 있다.

도로공사는 정산장치를 설치해 비용 절감과 영업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정산장치 계산절차는 셀프주유소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통행권을 장치에 넣고 현금이나 신용카드, 또는 선·후불 교통카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 결제하고서 영수증을 받는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불편하다는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익숙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편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연화산 요금소에 설치된 무인수납 정산장치. /독자 제공

하지만 실제 요금소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은 다르다.

앞서 이 문제를 언급한 김 씨는 "직원이 계산하던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무인수납 정산장치는 운전자 입장에선 전혀 편리하지 않다"며 "익숙함의 문제가 아니다. 정산장치를 운영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건 운전자가 아니라 한국도로공사"라고 지적했다.

무인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정산장치가 들어서면 수납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연화산요금소에 무인장치를 설치하면서 직원 4명을 줄였다. 올해 3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지곡·생초 요금소에는 아직 수납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도 일자리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 고속도로 요금소에 무인수납 정산장치가 확대 설치되면 많은 수납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실업률을 줄이려는 국가 정책과도 상충한다"면서 "편리함과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현재 무인장치를 운영하는 곳은 하루 평균 1000대 미만의 차량이 통행하는 곳"이라며 "인력을 투입하기엔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무인장치를 설치했다고 곧바로 인력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한 해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앞으로 무인시스템에 대한 불편을 개선하면서 점차 개수를 늘리겠다는 태도여서 논란이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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