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토요 동구밖 생태 역사 교실 (1)

2014년 첫걸음을 내디딘 두산중공업의 창원 지역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토요 동구밖 교실' 프로그램이 두 해째인 올해는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두산중공업이 사원들 자발적 모금과 회사 매칭펀드 형식으로 모은 출연금을 창원시지역아동센터 앞으로 지정기탁하고 이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다달이 한 차례 진행된다.

생태체험·역사탐방·나무공예·창원투어·사회/과학체험 다섯 분야가 있는데 이 가운데 역사탐방과 생태체험을 연재한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알리고 북돋우려는 차원에서다.

생태체험 고성 자연사박물관~마동호 철새도래지

원래는 독수리 아빠 김덕성 선생님(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과 함께 고성 철성중학교 가까운 들판에서 독수리 먹이 주기를 체험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졌다. 독수리는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기 위해 날씨가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날에는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적게 먹고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는 독수리는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다니는데 이런 날은 상승기류가 형성되지 않기 일쑤다. 그래서 생태체험은 일정을 바꿔 당항포국민관광지에 있는 고성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당항포국민관광지 주차장에서 내린 아이들은 팀별로 모여 바닷가 산기슭을 따라 걸어 자연사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아이들 손에는 스물두 가지 문제가 적혀 있는 미션지가 들려 있었다. 새에서부터 다람쥐·청서, 뱀과 족제비·수달, 곤충과 거미와 나비·나방, 그리고 민물과 바닷물에서 살아가는 조개와 물고기 등등 모형과 안내판이 놓여 있는 사이를 아이들이 오고가며 문제를 풀었다.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과 함께 정답을 찾는 팀도 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로 짜인 팀은 자기네 힘으로만 해답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 번만 둘러봐서는 다 풀 수 없었기에 박물관 1층과 2층을 두세 차례 오르내리면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서와 다람쥐의 차이점이나 나비와 나방의 다른 점 같은 상식은 물론이고 철새 날개가 뾰족하고 텃새 날개가 뭉툭하게 서로 다른 까닭도 알아내고 익혔다. 아이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바삐 돌아다녔고 그런 표정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즐거움도 묻어났다.

설명 위주로 진행했으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박물관 탐방을 한 시간가량 진행한 다음 다 모여서 문제풀이를 했다. 스물두 문제를 모두 맞힌 팀은 없었고 대신 하나 틀리고 스물한 문제를 맞힌 팀이 셋이나 나왔다. 1인당 2000원씩이 든 '쥐꼬리장학금'을 일곱 아이에게 전달했더니 두 문제 틀리고 스무 문제 맞힌 아이들이 아쉬워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스무 문제 맞힌 팀은 그야말로 수두룩했다.

점심을 고성읍내 돈국돼지국밥에서 제대로 먹은 다음에는 마동호 철새도래지 간사지교라고 이름붙은 다리로 갔다. 여기서 바닷가를 따라 낙정마을까지 왕복 1km 남짓 되는 길을 걸었다. 철새도래지이기는 하지만 낮에는 새들이 근처 들판으로 먹이를 먹으러 나가기 때문에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리나 기러기 몇십 마리가 눈에 보이는 게 전부였다. 아이들은 이런 몇십 마리에도 즐거워했지만 여기 바닷가에는 숨은 재미가 하나 있다.

미동호 철새도래지에서 아이들이 퇴적암 지층을 만져보고 있다./김훤주 기자

바로 바위다. 오랜 세월 거듭해 쌓인 진흙들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퇴적암이 걸어가는 오른쪽 산기슭에 켜켜이 온전하게 속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왼편 바닷가 갯벌에는 물결 따라 오가는 진흙이 쌓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면 오른편은 갯벌 진흙의 과거완료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바위는 무르고 푸석푸석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속살이 드러난 지층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바위에 달라붙어 만지고 쓰다듬고 두드리고 떼어내고 하면서 신기해한다. 갯벌 진흙이 굳어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바위는 주민들 삶에도 들어가 자리잡았다. 낙정마을에는 바다와 바로 붙어 있는데도 좋은 우물이 있다. 낙수정(樂水井)이다. 그 바로 옆에 옛날 담장이 남아 있는데 앞에서 본 그 바위들을 떼어와 만든 돌담이다. 발 밑을 보면 하늘에서 내린 비가 바다로 흘러들도록 도랑이 만들어져 있는데 바닥과 벽이 모두 그런 돌들로 둘러쳐져 있다. 자기 사는 둘레에서 재료를 얻어 삶을 꾸린 옛적 사람들 자취인 셈이다. 아이들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우물과 돌담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더니 도랑 돌들은 발로 툭툭 차본다. 더불어 돌아나오기 앞서서는 바닷가에 온 김에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른지 실물을 들어 간단하게 일러줬더니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있었나 보다. 이날 생태체험에는 누리봄다문화·좋은씨앗교실·경화·창원행복한·팔용·메아리 등 여섯 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다.

역사탐방김해 분성산성~율하 고인돌 유적공원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탐방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다듬어졌다. 저학년 위주였던 작년에 비해 함께하는 아이들이 고학년 중심으로 되면서 그만큼 프로그램 진행이 탄탄해지게 됐다. 이번 첫 번째 역사탐방은 김해로 떠났다. 김해라 하면 무엇보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김해민속박물관 등 학생들 으뜸 체험학습장소로 꼽히는 고장이다.

작년에는 이런 박물관들과 분성산성~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으로 나눠 두 차례 탐방했는데 올해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1순위로 꼽았을 정도로 분성산성과 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에 대한 반응이 좋았었다. 박물관은 학교에서도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지만 분성산성이나 고인돌 유적공원은 좀처럼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분성산성에 올라 시원하게 트인 김해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시우 기자 hbjunsa@

"너무 열심히 역사 공부하지 말고 학교에서 집으로 그리고 지역아동센로 왔다 갔다 하며 갇혀 지내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오늘 하루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지내자." 버스에서 아이들에게 하루 일정을 일러주면서 덧붙인 말이다. 예전에는 뭔가 지식을 얻으려면 책을 읽거나 선생님 하시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세상 온갖 지식들이 인터넷에서 눈앞으로 쏟아지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밖으로 나와서까지 굳이 지식 하나에 매달릴 까닭은 없다.

역사 탐방을 통해서는 그런 지식이 아니라 함께 다니며 보고 들은 유적이나 이야기를 아이들이 마음에 담아둘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렇게 담아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또는 공부를 하다가 툭 튀어나와 더 깊이 관심을 갖거나 생각을 넓혀가는 계기가 될 테니 말이다.

율하리 고인돌 유적공원에서는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무덤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한반도 전역에 고루 널려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인돌을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인돌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덤이 아니다. 그 아래 무덤을 덮고 있는 돌이다. 막연히 고인돌이 무덤이라고만 생각하는 친구도 많고 고인돌 아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에서 아이들이 고인돌 하부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고인돌은 규모가 거대한 편이지만 그에 견줘 그 아래 실제로 죽은 사람이 들어가는 공간은 너무 작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청동기시대 전라도 지역에서는 귀하고 값진 장식품을 무덤에 많이 묻음으로써 죽은이의 지위를 표현했다면 경상도 지역에서는 무덤을 둘러싼 묘역을 넓게 만듦으로써 지위를 자랑했다. 이런 차이가 지금도 예술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찾는 전라도 사람과 재산과 권력을 중시하는 경상도 사람 사이 기질 차이와 관련돼 있다고 하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재미있어 한다. 요즘 장례 문화를 살펴보면서 자기가 죽어서 묻히고 싶은 무덤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고개를 흔든다. 아이들은 아직 자기가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수로왕릉 근처 석정숯불갈비와 신라해장국에서 점심을 먹은 뒤 찾은 곳은 분성산성이다. 산성에 붙은 '분성(盆城)'은 동이를 엎어놓은 것 같은 성이라는 뜻으로 김해의 옛 이름이다. 삼국시대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고 고려 말기 왜구 대항용으로 다시 축성됐다가 조선 고종 흥선대원군 시절 고쳐 쌓았다. 분성산성은 어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친구가 있었다. 거제 옥산금성과 더불어 이미 대포로 전쟁을 하는 시절이라 사실상 산성 기능을 잃었는데도 흥선대원군 쇄국정책으로 말미암아 쌓은 마지막 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얘기해줬다.

분성산성은 아이들이 오르기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성에 오르면 눈 앞에 펼쳐지는 김해 시가지가 시원하게 담긴다. 나란히 앉아 숨을 고르며 버스에서 미리 설명했던 내용을 물었다. 공격을 하기 위해 꿩의 꼬리처럼 툭 튀어나오는 곳을 무엇이라고 하지? 했더니 다 함께 '치'라고 고함을 지른다. 치(雉)는 꿩을 이르는 한자다. 그러면 나무로 쌓은 성은? '책', '목책', 분성산성을 쌓은 사람은? '흥선대원군'~ 다들 완전 똑똑하다. 아 참! 그러나 실제 성을 쌓는 고생을 한 사람은 흥선대원군이 아니라 백성이라는 사실!!

분성산성 성곽을 따라 거니는 모습. /이시우 기자

아이들을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담기는 것이 많은 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역사탐방이지만 아이들은 나름 열심히 보고 느껴지는 것들을 저마다 담는다. 오르막이 좀 힘들긴 해도 기분은 '완전 짱'이라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좀더 가볍게 좀더 즐겁게 올해도 그런 역사탐방이 되기를. 역사탐방에는 전원해운·마산늘푸른·SCL·성동·중리·큰샘원 여섯 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다. 성동·중리·큰샘원은 분성산성을 먼저, 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을 뒤에 찾았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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