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열전] (12) 김윤동 김해시청 하키 감독

김해시청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남자 실업 하키팀이다.

남자 하키는 김해시청과 성남시청이 양분하고 있지만, 역대 전적에서 김해시청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비록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7년 만에 1회전에서 만난 라이벌 성남시청에 승부치기 끝에 패했지만, 김해는 2012년과 2013년에는 전국체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강팀이다. 지난 2013년에는 6개 대회에 출전해 5관왕을 차지하면서 김해시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팀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동계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4일 김해시청 김윤동(48) 감독을 만나 김해시청이 한국 남자하키를 대표하는 팀으로 성장한 배경과 그의 지도자 인생을 들어봤다.

김해시청을 이끄는 김 감독은 김해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그는 김해서중 2년 때 처음 하키채를 잡았고 이후 김해고, 동아대, 상무를 거쳐 김해시청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김 감독은 초등학교 때 축구화를 잠시 신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공부를 택했다. 축구 선수로 뛸 만큼 우수한 그의 운동 DNA는 그를 평범한 학생으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김해서중에 다닐 때 각종 운동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면서 운동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졌고, 하키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하키와 인연을 맺었다.

김윤동 감독은 김해시청 하키팀 창단 멤버로 지금은 지도자로서 팀의 전성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는 "김해여고 장영성 교장선생님이 은사다. 하키선수 출신인 선생님이 가능성을 보고 날 하키부에 스카우트하셨다. 그땐 하키와 인연이 이렇게까진 길어질 줄 몰랐는데 지금까지 하키로 밥 먹는 걸 보면 그분의 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제대 후 방황을 하기도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경남에는 하키팀이 없었다. 먼저 창단한 성남시청에서 그를 데려가고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경남에도 하키팀이 생긴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무작정 팀 창단만을 기다렸다. 그는 "성남의 스카우트를 거절하고 김해에 팀이 생기기 전까지 몇 개월간 백수 생활을 한 적도 있다. 당시 막노동을 하면서 하루살이 인생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어려울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해시청 하키팀은 지난 1994년 창단했고, 김 감독은 당시 창단 멤버로 합류해 지금껏 김해시청 유니폼을 입고 있다.

김 감독은 "창단 때부터 김해시청에서 생활해 팀이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했고, 지금은 지도자로서 팀의 전성기를 함께하고 있어 항상 만족한다"면서 "명문 하키팀인 김해시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하키팀이 김해를 찾는다. 김해에는 2면으로 된 하키전용경기장이 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파트너 김해시청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해시청은 어떻게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실업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김 감독은 김해시청이 명문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로 특화된 '연계육성'을 꼽았다. 김해에는 김해서중, 김해고, 김해시청 등 3개의 남자 하키팀이 유지 중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3개 팀이 운영되면서 중학교 팀은 고교 팀과, 고교 팀은 실업팀과 함께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선수를 곧장 데려오지 않고, 대학 졸업자나 상무를 전역하는 선수를 대부분 스카우트하는데, 그렇게 찾아도 김해고 출신 선수가 눈에 들어온다"면서 "선수들도 어릴 적부터 함께 운동했던 정이 들어서인지, 다른 팀에서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김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김해고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타지역 실업팀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알짜배기 선수들은 모두 김해행을 택했다고 살짝 귀띔했다.

김해시청이 선수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팀 성적에 따라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게 실업팀의 불문율이지만, 김해는 선수 편에 서서 항상 기회를 더 주고 기다려줄 줄 아는 팀으로 소문이 나 있다. 팀에서 선수 겸 코치를 하는 여운곤의 나이는 올해 42살이다. 다른 종목 같으면 이미 은퇴했을 나이지만, 아직도 현역 신분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하키는 종목 특성상 자기관리만 꾸준히 한다면 오랜 시간 현역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평생 운동만 하던 선수가 은퇴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잘 알기에 되도록 선수 생활을 좀 더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시청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바로 성남시청이다. 남자 하키는 상무를 포함해도 실업팀이 불과 5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김해와 성남이 쌍두마차 역할을 하며 한국 남자 하키를 이끌고 있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도 김해시청과 성남시청 선수들로 주로 구성됐다.

김 감독은 "내가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실업팀이 단 한 곳도 없었는데, 큰 국제대회에서 하키가 입상을 하면서 팀이 5개까지 늘어났다"면서 "성남시청이라는 좋은 라이벌이 있기에 김해시청도 성장할 수 있었고, 남자 하키가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로 '김해시청은 못해도 2등 아니냐?'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남자 하키의 현실을 꼬집는 것 같아 아프다고도 했다. "유럽에 비하면 턱없이 우리나라 하키 인프라가 적은 건 확실하다. 하지만, 실업팀이 고작 5개뿐인 나라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걸 보고 다른 나라에선 놀란다. 항상 세계랭킹 10위권을 유지하고, 아시아 3강의 자리를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나. 김해와 성남이 남자 하키를 양분하고는 있지만, 그 선수들이 주축이 돼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는 건 정말 대단하고, 칭찬할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런던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던 김 감독은 훈련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한다. 하키는 축구처럼 단체 종목이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업팀 선수라면 스스로 생각해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부족한 부분에 대해 자신에게 되물어보고 해법을 찾으라고 강조한다"며 "경기가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하키는 체력 이외에도 빠른 두뇌 플레이가 필요하고 그래서 늘 창의적인 생각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창의력이 곧 경기력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열린 지도자다. 최근 들어 은퇴 후 미래가 걱정인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 됐다. 그는 "미래와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후배들에게는 직장을 잡아주거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라며 "하키 선배인 내가 곧 그들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진지할 때가 많다"고 했다.

김해시청의 올 시즌 목표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체전 1회전 탈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물론 김 감독도 쉬지 않고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정상 유지를 위해 달리는 김해시청의 올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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