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중요성 따라 공사 수개월 지연발굴…유물 박물관 등에서 전시, 현장보존 사례도

땅 속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문화재를 깨우는 일, 바로 매장문화재 지표·발굴조사다.

매장문화재 종류는 유적·유구·유물로 나뉜다. 유물은 역사 잔존물 가운데 하나이다. 조상이 사용하던 그릇이나 무기 등 필요에 의해 제작된 물건들을 말한다. 유구도 잔존물이란 점에서 유물과 동일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는 특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즉 집터나 고분 등 구조물이 유구에 속한다.

유적은 이 같은 유물과 유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고고학적 자료를 포함한 유물·유구 등이 출토되는 일정한 공간을 뜻한다. 따라서 유적 한 곳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출토될 수 있는 것이다. 창원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도 삼국시대 집터와 시대 미상 수혈(구덩이 모양의 집터), 조선시대 주혈(기둥구멍),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 함안계 양식으로 추정되는 유물 등 동일하지 않은 시대 유적이 한곳에서 발견됐다.

한편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에선 매장문화재가 훼손·멸실될 가능성이 크다. 지표조사는 이 같은 상황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제도다. 지표조사는 땅을 파지 않고 진행한다. 땅 위에서 드러난 고고학적 정보만을 이용해 그 밑에 잠자고 있을 유적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지표조사가 세밀하게 이뤄질수록 유적 입지조건·밀집도·분포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진주시 평거동 휴먼시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나온 유구를 인근에 옮겨 전시해둔 모습. /진주시청

문화재보호법은 또 문화재와 함께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변 지역에 대해서도 일정한 행위에 제한을 둔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이란 목적 때문에 주변 경관까지 보호하게 되면 이미 진행 중인 건설공사 계획이 크게 변경되는 등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건설공사 사업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지표조사가 이뤄진다.

현재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3만㎡ 이상의 건설공사 시행자는 공사 계획단계에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건설공사 사업시행자가 문화재 관련 전문기관에 지표조사를 요청하면 전문기관은 보고서를 작성, 담당 지자체를 거쳐 문화재청에 보고한다.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존대책을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점이 없는 경우에는 공사가 재개되지만 발굴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개월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다. 발굴조사는 지표조사만으로는 유적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진행한다.

조사 과정에서 발굴된 유적은 어떻게 될까. 진주 평거동 휴먼시아 아파트와 초장동 현대엠코타운의 경우,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유적 가운데 유물은 박물관으로 옮겼다. 집터 등 유구는 근처 녹지공간에 옮겨놓거나 사진·모형으로 전시를 해뒀다. 이것이 '유구전시'다. 유구전시는 건설공사도 끝낼 수 있는 데다, 유적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진주뿐만이 아니다. 김해시 장유동 율하택지지구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 고인돌을 복원·보존한 고인돌공원도 눈길을 끄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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