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매장문화재 제도 개편안 소규모 조사 현장만 지원…대규모 건설현장 의도적 축소·훼손 가능성

진주시 평거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 가운데 한 곳인 평거 3지구는 지난 1997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 2006년 말 준공을 예정하고 있었다. 평거동 일원 46만 2300㎡ 대지에 사업비만 1370여억 원이 투입된 규모가 꽤 큰 개발사업이었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지표조사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기간이 연장됐고, 문화재 발굴에만 130억 원가량이 들어갔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매장문화재 발굴이 분양가 상승과 입주 지연 원인으로 꼽히면서 발굴 비용에 대한 제도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사업면적 3만㎡ 미만 문화재 발굴 지표조사 비용은 국비로 지원하는 매장문화재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건설공사 전 이뤄지는 지표조사는 모두 사업시행자가 부담했다. 문화재청은 또 대지면적 792㎡, 연면적 264㎡ 이하 단독주택·개인사업시설과 대지면적 2644㎡, 연면적 1322㎡ 이하 농어업시설·공장 등 소규모 발굴조사 지역에도 국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은 이 방안이 매장문화재 지표조사와 소규모 발굴조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지원 규모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면적 3만㎡ 이상의 경우, 조사비용은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주체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부분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창원 용지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그릇 파편으로 보이는 유물. /최환석 기자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되면 그 부담은 사업시행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입주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매장문화재가 발굴되면 국가에 귀속되는 만큼 발굴비용 등은 국가가 이행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시행주체가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공사 중 발견한 매장문화재를 훼손·파괴하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도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문화재 관련 학계에서는 수많은 소중한 문화재가 개발로 말미암아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앞으로도 이러한 불행한 사례는 계속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반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면질의에서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 비용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개인이나 영세사업자 등의 부담 경감을 위해 소규모 발굴조사는 2004년부터, 지표조사는 올해부터 지원을 한다"고 덧붙였다.

매장문화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용지 아이파크 건설현장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다만 문화재청은 제도적 한계 개선에 대해서는 열린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가 지원예산 확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법령 개정과 막대한 국가재정이 수반되는 만큼 국가재정 형편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경제적 가치를 떠나 문화적 가치 또한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철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장은 "공사현장에서 흔히들 터파기 할 때 의도적으로 깊게 파는 경우가 있다더라"면서 "문화재는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중요한 재산이다. 매장문화재 훼손 행위를 쉽게 생각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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