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보다 편하고, MT보다 빠르다


자동차를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수동변속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야 할 때나 정차 때는 항상 클러치를 밟고 쉴 사이 없이 기어변속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운전자를 피로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동변속기(MT)는 자동변속기(AT)에 비해 연료 소모가 적고 가속성능이 뛰어나는 등 그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아직도 많은 차량이 수동변속방식을 택하고 있고, 특히 대형 차량의 경우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차량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은 진보하는 법. 자동차변속기의 역사에서 수동변속기가 사라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2년전 대우자동차는 자사의 소형차인 마티즈에 무단변속기(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를 장착해 출시했다.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에 수동변속기가 가진 가속능력은 물론이고 연비에서도 수동변속기에 뒤지지 않는 이 신기술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최근에는 기아자동차가 SS CVT라는 독특한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옵티마를 출시해 운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최초로 6단 스포츠모드에 CVT가 결합된 타입으로 일반적인 수동·자동변속기가 가진 변속쇼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수동기어의 빠른 가속성을 가추었다는 것이 기아자동차의 설명이다.

국내자동차업계에서 CVT가 최근에 실용화단계에 있지만 외국의 유수한 자동차업계는 이미 CVT를 거의 모든 차종에 상용화하고 있거나 이를 시도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일본. 일본은 이미 경차에서 3000cc급 대형차에까지 CVT를 장착한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도요다가 미니밴과 고급승용차를 합한 미디엄카인 오파에 CVT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닛산이 ‘익스트로이드 CVT’라는 자체 개발변속기를 3천cc급 세드릭-글로리아에 장착했다. 닛산은 이외에도 소형차 마치에 ‘N-CVT’와 프리메라·블루버드 등 자회사의 자동차에 이미 자체개발한 CVT를 장착해 이미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혼다를 비롯해 미쓰비시도 CVT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이다. 특히 혼다는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CVT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혼다의 대표적인 모델은 멀티매틱(Multimatic)으로 일반적인 CVT에 비해 정밀한 변속조절이 가능하다.

혼다는 또 최근 북미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카(HEV,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시켜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에까지 CVT를 장작한 모델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회사들도 무단변속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머지않아 대부분의 차종에서 CVT가 변속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현재는 옵티마에 CVT가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변속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첨단기술인 만큼, 앞으로 그 적용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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