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용호동 아파트 건설현장 매장문화재 조사

지난 1월 7일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용지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현장 매장문화재 조사를 맡은 두류문화연구원은 이곳에서 지표조사 의견을 바탕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삼국시대 집터와 시대 미상의 수혈(구덩이 모양 집터), 조선시대 주혈(기둥구멍) 등이 발견됐다. 수로로 추정되는 흔적과 그릇 파편으로 보이는 유물도 함께 확인됐다.

1월 28일 해당 건설현장에서 유적 발굴·시굴조사 자문회의가 열렸다. 이곳에서 발견된 유적에 대한 조사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날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이범홍 경남도문화재위원은 "이번 사례는 표본이 될 의미 있는 조사"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재건축·재개발 이전에 제대로 시굴·표본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위원은 "지금까진 창원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조사한 적이 없다"며 "획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1월 28일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유적 발굴·시굴조사 자문회의가 열렸다. 이범홍 경남도문화재위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3만㎡ 이상 건설공사 시행자는 공사 계획단계에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 해당하는 재건축·재개발 공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 공사 현장은 규모가 7만㎡를 넘는다. 특히 1970년 창원국가산단과 연계된 도시 개발 당시 관련법이 없어 매장문화재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상 창원시내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매장문화재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날 이 위원은 "유적이 나왔다고 모두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승철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창원지역에 산재해 있을 매장문화재에 대해 "보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이 위원, 하 센터장 모두 조사에 큰 의미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하 센터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고고학적 사료가 부족한 창원지역에서 과거 흔적을 찾아 자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에 따르면 창원지역은 예로부터 남해안에서 대륙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에 있는데다 낙동강을 끼고 있어 중요한 유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남산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 환호(도랑)만 봐도 그렇다. 이 환호는 현재까지 발굴된 것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서는 창원시를 '선사시대 유적의 전시장'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하 센터장은 그러나 "1970년대 창원지역을 개발하면서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는 전무했다"며 "이때 많은 유적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위주 도시계획이 '역사'를 잠식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창원시에 세워진 아파트들이 대부분 지하 주차장이 없다는 점이다. 용지 아이파크 건설현장 이전에 있었던 용지 주공아파트도 지하 주차장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유적이 발견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 센터장은 앞으로 창원지역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지표·발굴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는 "창원지역은 이 같은 지표·발굴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진주 평거 3단지 개발 사례처럼 공사나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가 선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장 문화재 지표·발굴조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적인 문제와 문화재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3만㎡ 미만 문화재 발굴 지표조사 비용은 국비로 지원하지만, 3만㎡ 이상 규모 공사는 달라진 것이 없다. 또 공사현장에서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고의적으로 훼손·은폐한다는 얘기도 웃고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창원 용지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는 한 차례 자문회의가 더 열렸으며, 이 결과를 종합해 문화재청에 보고할 예정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3월 내 공사 시행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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