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어른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월간 <피플파워>에도 연재된 바 있는 채현국 어른을 만난 일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거침없이 살아온 그 어른의 인생을 기록한 <풍운아 채현국> 책이 발간되었고, 어른의 죽비 같은 말씀에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 어른의 말씀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포털 다음에서 뉴스펀딩 기사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도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분들이 '공감'을 눌러주셨고, 5000여 명이 '공유'를 해주셨습니다. 펀딩으로 모인 금액도 70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순 노인의 말에 환호하는 걸까요. 아마도 우리시대에 진정한 어른이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호에 실리는 장형숙 할머니도 저에겐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이었습니다. <한겨레> 신문을 매일 정독하면서 신문에 소개된 좋은 사람이나 좋은 책, 좋은 글을 발견하면 주소를 수소문하여 편지를 씁니다. 사실 저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제가 쓴 글을 보고 '잘 읽었노라'는 반응을 얻으면 그때마다 큰 힘이 됩니다. 글뿐이겠습니까?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할머니의 격려 편지는 큰 위로와 힘이 되겠지요.

그렇게 할머니는 볼펜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를 봉투에 넣어 우표를 붙이고 보내는 일을 10년 넘게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할머니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줄잡아 1000명은 넘을 겁니다. 장형숙 어른은 이렇게 말합니다.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이렇게 할머니는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일에 힘을 보태주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어른을 계속 찾아뵙고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알고 계시는 '진정한 어른'이 있다면 저에게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010-3572-1732)

이번호 표지 인물인 신인규 도서출판 밀양 대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이 사람과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됩니다. 신 대표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읽은 유일한 박사에 대한 책에 감명을 받아 그의 경영철학과 사회 환원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부분 사람이 돈이 모이면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을 해야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고…."

또한 진정한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강명상 마산 365병원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밤새 어시장에서 생선상자를 나르며 밤참으로 나온 빵과 우유를 먹지 않고 가져와 아들에게 줬다고 합니다. 그 빵과 우유를 먹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독서도 한 결과 오늘의 강 원장이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월간 <피플파워>를 만드는 뜻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또 다른 누구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고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것입니다.

이번호부터 생태전문가 윤병렬의 생태이야기가 연재됩니다. 꽃과 나무, 그리고 동물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글입니다.

이서후 기자는 젊은이들의 자생적인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심가득 인터뷰'란 꼭지명을 달았지만, 그런 젊은 문화예술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사심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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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지나고 진짜 을미년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갑(甲)질하는 사람보다 을(乙)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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