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후의 사심 가득 인터뷰] (1) 이 사람을 보라, 화가 이성륙

이성륙. 28세. 화가.

나는 성륙이의 웃음이 좋다. 그가 큰 입으로 활짝 웃으면 하얀 치아가 눈부시게 드러난다. 그러면 주변이 순식간에 환해지는 느낌이다. 성륙이가 웃을 때마다 이 세상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평소 성륙이 태도는 아주 조용하고 진지하다. 성륙이가 가만히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으면 녀석이 20대 청년인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경험들을 해왔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최근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곳은 창원시 1인 창조기업으로 등록된 출판사 '콩밭' 사무실이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사진 강대중

- 요즘 뭐하노?

"그림책 만들고 있어요. '별아가씨'란 제목인데, 작업은 다했고 그거를 전자화하는 거죠."(〈별아가씨〉는 출판사 콩밭이 만드는 첫 번째 앱북 그림책이다.)

- 요즘은 책 작업만 하나?

"거의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출판사 자체 작업 같은 것도 있어서 제 개인 작업과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아요."

- 그림책 만드는 거 좋나?

"그림책은 정말 매력적이고 재밌는 거 같아요. 분야가 일반 회화랑도 좀 다르고요. 회화는 한 장면으로 끝나지만, 그림책은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어요. 글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고. 만화랑도 또 달라요. 되게 재밌는 거 같아요. 지금은 그림책에 빠져 있다고 봐야죠. 어릴 때부터 그림책에 대한 꿈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거 하느라 수입이 없어도 행복합니다."

얌전히 포개진 손에서 그의 조용하고 진지한 태도가 느껴진다./사진 강대중

- 그라믄 돈은 어찌 버노?

"아르바이트를 하죠. 미술 수업이나 작업 같은 거. 정 안되면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해요. 밥값 등 들어가야 할 돈이 있으니까. 최근에는 장기 아르바이트를 구해야지 하면서도 그림책 작업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그림책 출판이 어느 정도 수입이 되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부업처럼 되었으면 좋겠어요."

- 요새도 술 많이 먹나?

"술자리가 계속 있는 거 같아요. 하하하."

- 술을 왜 그리 좋아하는데?

"술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술을 먹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 멀쩡한 정신으로 얘기하는 게 어색하구나.

"예, 좀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 그림은 언제부터 그맀노?

"어릴 때 형 따라 그림 그리기 시작했죠. 만약 형이 그림 안 그리고 음악을 했으면 저는 지금 음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우리 형이 저보다 예술적 재능이 더 뛰어납니다. 형 중학교 때 그린 그림은 지금 봐도 감각이 있어요."

생각에 잠긴 이성륙 화가./사진 강대중

- 형이 공부를 잘했나?

"잘했지요. 맏이라서 책임감을 느껴 그런지 그냥 공대 들어가서 취업해서 서울에 있어요. 지금은 다시 글쓰기나 예술 쪽으로 관심을 다수 두는 것 같아요."

(성륙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 전에 문득 다시 느낀 건데, 저는 그림 그릴 때가 좋더라고요. 광적으로 좋다, 뭐 그런 건 아닌데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한 순간 중 하난 거 같아요. 물론 안 행복할 때도 그림을 그리긴 하지만.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야 뭐 좋은 것 같아요."

- (성륙이는 지난해 밀양 송전탑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사회 참여 활동에 관심이 많나?

"그동안 전혀 관심도 없고 무지하기도 했었어요. 지나치게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작업을 하는 건 싫지만, 밀양송전탑 같은 건 현실적으로 저한테도 피부로 느껴지니까. 그림으로 꼭 사회적 참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거 같아요. 제가 실제로 느끼는 게 있으면 그걸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겠죠."

이성륙 작 '밀양'(2014).

- (성륙이는 지난해 전시회를 열 때도 그렇고 이번 그림책에도 자기 이름 대신 '이사람'이란 말을 쓴다.) 근데, 왜 '이사람'이고?

"그림책 할 때 쓰려고 지은 건데요. 그냥 필명으로, 크게 의미는 없는데 안 튀는 이름으로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보편적인 이름 같은 걸로 지었었는데

제가 안 드러났으면 싶었거든요. 나중에 혹시나 유명해지더라도 얼굴 같은 거 공개 안 하려고 했는데, 근데 어느 작가 분이 이미 그러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얼굴 공개 안 하면 이 분 따라하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확실히 제 이름이나 다른 개인적인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작업만 드러나면 좋겠어요. 제가 또 잘 휘둘리는 성격이어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면 작업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거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조용하고 편하게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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