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동아리에서 싹 틔운 사랑…알콩달콩 비밀연애로 지켜가

전홍표(38·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지영(37) 부부는 7년간 연애 후 2005년 5월 결혼했다.

둘은 캠퍼스 커플이었다. 대학교 영화동아리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2학년이 된 홍표 씨는 신입생 후배들을 맞이했다.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한 여자 후배가 눈에 들어왔다.

"저는 여자에 대한 시각이 극과 극인 것 같아요. 지고지순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저도 모르게 치명적 매력이 있는 팜파탈 쪽에 마음이 갑니다. 제 와이프가 세게 보이는 캐릭터예요. 처음 봤을 때도 그랬죠. 세게 보이는 그 모습에 호감이 가더군요."

홍표 씨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감독하고 지영이 넌 배우로 출연해 영화 한 편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실 영화는 핑계였는데 실제 한 편을 다 완성할 수 있었다.

둘은 다른 친구 몇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늘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함께 다녀왔다. 홍표 씨는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지영 씨가 듣는 수업을 알아내 청강까지 했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이 흐른 후 홍표 씨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엠티 때 따로 불러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반기는 내색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밀어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계속 다가가면서 스며들듯 사귀게 되었습니다."

전홍표(오른쪽)·문지영 부부

동아리에서는 캠퍼스 커플을 금지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달가워하는 시선도 아니었다.

둘은 대학 졸업 때까지 내내 비밀 연애를 했다. 영화동아리라 좋은 점이 있었다.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다 주변에 들키더라도, 동아리 차원에서 갔다고 하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홍표 씨는 학생회 활동으로 발이 넓었다. 둘이 캠퍼스를 걷다 보면 아는 사람을 계속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연애 사실이 알려질까 불안했던 지영 씨는 그 점이 큰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홍표 씨는 1년 계획으로 호주 어학연수를 떠났다. 둘 관계가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된 계기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그렇게 되기 쉬운데 저희는 달랐습니다. 정말 애달프게 보고 싶더군요. 그런 마음을 늘 편지에 담아 주고받았죠. 그때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연수 마치고 돌아가서 직장까지 구하면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말이죠."

긴 연애 기간 동안 다툼도 많았다. 어느 날 밤, 홍표 씨는 지영 씨와 싸우게 되자 함께 공동묘지로 갔다.

"내가 이 정도 담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정말 깜깜하고 무섭더군요. 그런데 지영이는 무덤덤해 할 뿐, 전혀 안 무서워하더군요. 나중에는 내가 도저히 안돼 돌아왔습니다. 많이 머쓱했죠."

그래도 그날 일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마찰이 있을 때 홍표 씨는 지영 씨를 넘어서려고 했다.

그날 든 생각은 '짓눌러서 될 것이 아니라 협의와 협상과 대화를 해야 되는 사람이구나'였다.

지금 둘 사이에는 11살 된 아들, 8살 된 딸이 있다. 홍표 씨는 아이 한 명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자주 나타낸다.

하지만 아내가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도 홍표 씨는 아내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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