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홀로 창원 찾아 차린 미용숍'…순간에 충실'까르페디엠 이름 붙여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에 작고 앙증맞은 동네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 이름은 '까르페디엠(표준어는 카르페디엠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처음 미용실 이름을 보고는 왠지 주인이 독특하겠구나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미용실만큼이나 아담한 체구의 홍이(본명 윤홍이·나이는 40대에 아주 가까운 30대라 밝힘) 씨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홍이 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자면 그 조곤조곤한 서울 말씨로 머리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조언을 해주는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미용실을 연 지는 이제 겨우 일 년 남짓. 고향이 경북 상주라는 홍이 씨가 안 그래도 미용실이 많은 용호동 주택가에 조그만 미용실을 연 사연도 궁금했다. 몇 번을 다니면서 안면을 트고서야 살짝 물어봤다.

-왜 카르페디엠인가요?

"뭐 찾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보통은 무슨 무슨 '헤어' 그러잖아요. 꼭 거창하게 '헤어'를 넣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간단하게 쓸 만한 게 뭘까 생각했죠. 세 글자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원래 다른 걸 하나 점찍어 두었는데, 우연히 카르페디엠이란 말을 알게 돼서 결정했어요."

-창원에는 연고가 있어요?

"친구가 여기 있어요. 창원은 아주 가끔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곳이었어요. 원래 미용실을 오픈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동안은 서울의 브랜드숍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근래에는 개인숍에서도 일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제가 미용실을 열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미용실 오픈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업을 하는 거랑, 미용 기술이 좋은 거랑은 별개거든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오픈했다가 망해서 다시 오는 것을 자주 봤어요. 기술은 최고지만 직원들하고 관계나 일적인 문제에서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술도 일 처리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생각이 갑자기 바뀌었어요. 개인숍에서 일하면서요. 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더 모아둘 걸, 괜히 여행 다니고 그랬어, 라고 후회했죠."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 근처에서 미용실 '까르페디엠'을 운영 중인 윤홍이 씨.

-그니까 왜 창원이냐고요.

"서울은 점포세가 비싸서 가게 얻기가 어려워요. 1층에다 내는 건 더욱 꿈도 못 꾸고. 서울은 공간이 다양하긴 한데 깨끗하지도 않고, 시설 상태가 좀 떨어져요. 이것저것 비교하니 창원이 낫더라고요. 창원에서 가게를 알아보는데 친구가 아무래도 이 동네(용호동)가 너랑 맞을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기 미용실은 빚내서 냈어요?

"아뇨 빚은 안 냈어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가야 하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 그걸 못했죠. (규모도 콘셉트도) 하고 싶은 것의 반 정도? 아, 돈 없어, 이러면서 이거 하고 싶은데 저걸로 해야 하고, 10하고 싶은데 3만큼만 하고 그랬어요."

-손님은 많아요?

"작년 겨울에는 정말 비참했어요. 종일 아무도 안 왔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머리 감는 의자에 누워있기도 했죠. 만날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창원 사람들은 추위에 민감하더라고요. 추우면 안 돌아다녀요. 서울은 상관없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다들 찾아오니까. 무엇보다 창원에는 제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 친구 말고는. 혼자 있으니까 친구가 만날 찾아와서 물어요. 야, 손님은? 자꾸 들으니까 짜증이 나더라고요. 야! 그만 물어봐! 없어! 그렇게 신경질 내니까 안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제가 이렇게 1년은 장사 안될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1년은 어떻게든 버텨야 해, 그랬는데 6개월 정도 되니까 슬슬 손님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올해는 분위기가 작년하고 완전 다르죠. 단골도 있고요."

-이번 설에 고향에 다녀오셨어요?

"아뇨, 1월에 미리 다녀왔어요. 보니까 이번 설 연휴가 어중간해요. 설날이 연휴 앞에 있거나 뒤에 있으면 괜찮겠는데 딱 중간에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설 연휴에) 많이 움직이는데 저까지 거기 동행할 필요는 없죠. 붐비는 거 딱 싫어하거든요. 남들 움직일 때 안 움직이기!"

-그래, 이제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계신가요?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니까 개인생활은 거의 못하죠 뭐. 바깥에 잘 못 나가니까. 하지만 올해는 꽃구경도 꼭 가고 그러려고요. 작년에는 못 갔거든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